코로나 충격發 '상흔 효과'···저성장·금융불안 우려 커
"금융불안 가능성, 제한적···실물경제 충격 주목해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로지역 등의 선진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 반해, 신흥국의 경제는 대체로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통화 긴축 흐름에 따른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실물경제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2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신흥국 경기흐름의 특징과 리스크 요인 점검' 논고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흥국들의 회복세가 더디고, 중국 역시 헝다 사태,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경제 성장세 둔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금융위기 당시 신흥국이 금융위기의 충격을 직접 받지 않았지만, 이번 코로나 위기의 충격에는 △저조한 백신접종률 △취약한 의료시스템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여력 부족 등에 따른 강력한 방역조치 반복으로 신흥국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내수 부진과 생산 차질로 이어지며 수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의 충격이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에 강도 높게 장기간 지속되면서, '상흔 효과(scarring effect)'로 인해 저성장이 오래 지속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신흥국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지고, 고용률 하락 등 노동시장 이탈 정도가 선진국 대비 크다. 학교 임시폐쇄도 지속되지만, 원격 교육서비스 여건은 여전히 미비한 형국이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024년 신흥국의 취업자수 감소율(-2.9%, 위기이전대비)이 전세계 감소율(-1.9%)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세계은행(WB)은 이같은 신흥국 회복 부진에 대해 "코로나 충격이 인적·물적 자본 축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크게 나타나는 데서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흥국 간에도 코로나 전개양상과 주요 수출품목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에도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자원수출국인 브라질, 러시아 등은 가격이 크게 오른 국제원자재 수출 호조와 내수 개선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흐름을 지속 중이다. 이에 반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상품수출국에선 강력한 방역조치의 빈번한 시행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더딘 회복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태국, 필리핀 등 여행서비스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내수·수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 직후 중국경제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국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며, 신흥국 대부분의 경우 내수 부진에도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증대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의 경우 다른 신흥국 대비 더딘 회복 흐름은 물론, 낮은 백신접종률로 코로나 재확산 우려까지 높아 잠재적인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 지난 8월을 고점으로 델타변이 확산세가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낮은 백신 접종률로 겨울철 재확산 우려가 여전하다. 결국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강력한 봉쇄조치에 경제활동 위축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된 아세안 5개 국가들은 올해 IMF의 적정 정부부채비율(GDP 대비 부채비율 40% 이내)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계 및 기업부채도 대폭 증가함에 따라 민간부문의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세계의 긴축통화 기조 흐름에 따른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아세안 5개 국가들의 채무성부채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중장기 지급능력은 대체로 양호하단 평가다. 채권성 자산 규모가 채무성 부채를 상회하고 있고, 외환보유액 대비 대외부채 비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임박에 따른 금융불안도 제한적일 것이란 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관측이다. 글로벌 투자자금 유출입 상황과 경상수지 및 준비자산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충격흡수 능력이 과거보다 상당폭 개선됐고, 상품 및 원자재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가 개선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준비자산대비 단기외채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충격이 비교적 덜했던 아시아 신흥국에서 코로나 확산세, 생산차질, 부채 누증이 미 연준의 테이퍼링과 맞물려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면서도 "하지만 경상수지 개선, 미 연준의 소통 강화, 금융시장 선반영 등으로 테이퍼링에 따른 아시아 신흥국발(發)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이 아시아 신흥국의 실물경제에 단기적 충격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 시계에서 이들 국가의 성장잠재력도 일부 훼손될 우려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