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글로벌 이슈, 强달러 지지···고환율 밴드 전망"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장중에는 1년3개월 만에 1200원도 뚫어냈다. 갈수록 커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속에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200원대의 상승 곡선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내면서도, 글로벌 달러 강세의 상승 여력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2원(0.35%) 올라선 달러당 1198.8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마감일 기준으로 지난 7월28일 이후 약 1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환율은 장중 1200원도 넘어섰는데, 이 역시 7월28일 기록했던 120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이날 1.4원 갭업한 1196.0원으로 개장한 직후 곧장 1200원을 향해 솟구쳤으며, 오후에도 1200원레벨을 오르내리다 마감 직전 120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강(强)달러 흐름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슈 속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리스크오프가 확대되고, 보다 안전한 자산인 달러를 찾아 돈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했으며, 석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톤당 200달러를 넘어선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채권 금리는 간밤 1.5%대로 내려오기도 했으나, 재차 1.6%대에 진입한 상황이다. 또한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소폭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94선을 상회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달러 외 안정통화로 꼽히는 엔화의 경우 달러당 113엔을 넘어섰으며, 유로화도 유로화당 1.15달러 수준에 내려앉아있는 등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행렬도 환율 인상을 더욱 부추겼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1% 넘게 하락했는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에만 8245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만 무려 2조84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 환시 수급에서도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1200원 상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줄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높은 레벨을 형성했지만, 여전히 모든 글로벌 이슈가 달러 강세 흐름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달러 강세의 흐름은 지난 8월부터 꾸준히 진행된 흐름이며, 환율이 이날 장중 1200원대를 뚫어낸 만큼 상승 추세의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미국 국채 금리 5년물이 실질금리 수준을 반영하는 기준으로 볼 때 시장은 내년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확신하는 듯 움직이고 있는 데다, 10년물도 1.6% 수준을 상회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협이 눈앞에 닥친 상황처럼 시장 내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고 밝혔다. 이어 "(1200원의 환율이) 고점은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1200원 상단부터는 글로벌 이슈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대응하는 단계이며, 여건상 달러 강세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경기 모멘템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면서 "미국이 자국 투자 활성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중장기 달러 강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데 반해, 중국의 통화 재정정책 부양 여력은 제한적이어서 중국의 양적 성장도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G2 모두 해외투자가 정체된 상황이지만, 자국 내 성장 동력은 향후 미국이 더욱 우위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200원을 상단으로 오름세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강달러는 유지되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이란 의견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라면서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있는 데다, 주식과는 다르게 한국 채권의 상대적인 매력도 상당하다. 주식은 신흥국 자산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채권은 선진국과 견주는 수준으로 평가돼 높아질대로 높아진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발언은 '베이비스텝'을 밟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금리 인상에 대한 컨센서스가 합의된 상황에서 금통위의 발언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메시지라고 단언할 수 없고, 1200원 레벨의 오버슈팅에 대해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달러의 압력은 여전하지만, 당국이 1200원대 위 환율 상승 속도를 고려한 개입 의지에 따라 향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