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각종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가 악화된 실물경기지표까지 받으면서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중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기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및 양호한 중국 수출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3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김선진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경우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중국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중국 내수 둔화의 부정적인 충격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는 3분기 들어서면서 소비 등 내수 지표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체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중국 실질 GDP 성장률(전년동기대비)은 지난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 등으로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아울러 헝다그룹 파산 위기, 전력난, 기업규제 강화 등의 리스크까지 맞물리자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같은 리스크를 반영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당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출 가운데 대(對)중국 비중이 25.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충격에서 경기 회복을 견인해 온 수출 호조세가 대중 수출을 중심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및 중국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중국 내수 둔화의 부정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 6월 130억7000만달러에서 △7월 135억9000만달러 △8월 138억8000만달러 △9월 143억달러 등 중국 내수 지표 둔화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7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출 호조기였던 2018년(평균 135억1000만달러)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대중 수출 총액은 다국적 기업의 생산거점의 동남아 이전과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지난 2010년 이후 대체로 정체되고 있으나, 중국의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중 반도체 비중은 지난 2010년 15.1%에서 2020년 31.2%로 급상승했다. 김 과장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우리나라와 중국간 교역이 보완 관계에서 경쟁적인 관계로 점차 변화하면서 대중 수출구조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재편된 데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같이 중국의 수출 및 내수를 위해 고기술 상품을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현상도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3.8%)은 매우 낮고, 중간재(80.6%)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은 산업고도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로부터 고기술 상품을 수입해 이를 최종재·중간재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對한국 중간재 수입-가공 및 최종재·중간재 생산-제3국 수출'의 수직적 무역구조가 여전히 유효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한은은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글로벌 반도체 수요(매출액)과 동행성이 두드러지며, 중국의 수출과도 밀접하게 동행하는 등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실증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중국수출과의 상관관계는 각각 0.87, 0.66으로 나타났다"면서 "대중 수출 품목들에 대한 공통요인분석 결과에서도 대중 수출 품목들의 공통요인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및 중국 수출과 동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중 대중 반도체 수출은 D램 고정가격이 전분기에 비해 소폭 하락했으나,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모바일용 수요가 확대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단기적인 우리나라의 수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중 수출이 과거와 달리 추세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 수출의 빠른 증가세를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 과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 및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의 영향으로 우리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 인도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또 중국의 자급률 제고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