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조정은 마쳤지만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과를 수락하지 않고 다시 거리로 나와 '사적 화해'와 '원금 반환'을 요구했다.
10일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이 모인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 앞에서 '기업은행 규탄 집회'를 열고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판매를 인정하고, 원금 100%를 반환하라"고 호소했다.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의 상품 판매를 사기로 규정하고 623일째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172차례 집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해 왔다. 10인 이상 집회 금지가 풀리면서 이날 열린 집회에는 60여명의 피해자가 참석했다.
앞서 금감원이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은 마치고 배상비율을 결정했지만, 글로벌 채권펀드 대표사례자가 조정결정 수락서를 제출 기한 마지막날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 결정안에 대한 효력이 사라졌다. 사모펀드 사태 분조위 결정 최초의 미수락 사례다.
이의환 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디스커버리펀드는 미국에서 이미 분식회계 리베이트 사기를 저질렀던 펀드였다"며 "기업은행이 사실과 다르게 위험을 숨기다가 우수고객에게 해당 펀드를 팔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기업은행 내부 심사팀에서 '신상품 신제도에 대한 리스크 검토서'를 통해 대출부실률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투자한 부분에 부실률이 높아질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고객이 오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안내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판매 과정에서는 이런 내용이 모두 무시됐다는 설명이다.
협상 방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기업은행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펀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고 개별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디스커버리펀드 대책위의 주장이다. 분조위 협상이 결렬된 현 시점에서는 사적화해 방식이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것이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변호사는 "기업은행의 경우 부동산펀드는 분쟁조정이 됐지만 다수가 가입한 펀드는 분쟁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며 "이후 기업은행에서 법률대리인과 대책위를 통해 협상을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접촉해 보상비율을 좀 높여주겠다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은행이 사적화해 방식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윤종원 행장이 사적화해가 어려운 이유로 꼽았던 배임 문제도 언급됐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100% 보상을 결정한 이후 배임 이슈에 휘말리지 않았다며 배임을 둘러싼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최창석 대책위 위원장은 "피해자 간담회 당시 윤종원 행장은 배임 이슈가 있고 이전 사례도 없어 사적화해가 어렵다며, 법률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공유해달라 했다"며 "한투증권과 NH투자증권이 100% 보상을 결정하면서 사례도 생기고 배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한투증권은 개인 오너회사인데 100% 보상안을 채택한 반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협상 테이블 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윤 행장이 주장했던 배임문제는 '합리적인 경영자 판단'이라는 법률 조항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기준을 넘어 '100% 배상'을 적용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같은 펀드라도 투자 성향과 판매 과정은 다를 수 있어 한국투자증권과 똑같은 상황으로 대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