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까지 인플레 지속 시 美연준 행동 나설 수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려했던 물가 공포가 현실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이번주 미국과 중국의 물가지표를 주목했는데,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돈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충격적인 물가 상승을 받아들인 시장은 재차 흔들리기 시작했고, 조기 금리 인상과 선을 그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도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간밤 미국 채권 시장은 '재향 군인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장외 채권시장에서 단기물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크게 나타났다. 11일 오후 11시(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은 0.5316%를 기록해 전일대비 3.24% 뛰었다. 또한 △3년물 0.8602%(1.5%) △5년물 1.2439%(1.75%)은 물론, 10년물(1.5716%)까지 1% 상승하면서 전일대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처럼 미국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올라서고 있는 데는 이번 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인하고자 했던 미국과 중국의 물가지표가 모두 급등한 데서 기인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가장 먼저 발표된 미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과 비교해 8.6% 상승했는데, 지난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튿날 발표된 중국의 P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3.5% 상승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간 PPI의 급등세를 반영하지 않았던 CPI(1.5%)까지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미국 CPI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미국의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6.2% 급등했으며, 지난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5개월 연속 5%대의 오름폭을 기록했던 미국이지만, 6%대 진입은 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숫자다. 시장은 지난달 물가가 5.9%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충격적인 물가지표에 금융시장도 함께 출렁였다.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던 월스트리트 증시도 사상 최고 수준에서 한 발 물러섰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일(현지시간) 0.44% 내렸고, 이틀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0.52%)는 전장에서 각각 0.82%, 1.66% 하락했던 수준과 비교해 소폭 올라서는 데 그쳤다.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지난 10일 93선까지 내려왔지만, CPI 발표와 함께 급등하면서 현재 95선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물가 급등세가 단기적 흐름을 넘어 장기적인 추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달 미국 생산자물가의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전미자영업연맹(NFIB) 설문에서 가격 인상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도 지난 197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도 장기화됨에 따라 계절성 요인 및 연말 최대 소비기간을 앞두고 수급 상황의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애널리틱스 선임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의 가속화가 이전에 생각했던 만큼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특히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시장 불안이 높아질수록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내재정책금리 2022년 12월물은 금리인상 횟수가 3차례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내년 하반기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내년 말까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금리인상 횟수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는 만큼, 시장 불안감이 정점에 근접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물가 상승률 급등은 여전히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되며, 4분기 한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물가 급등도 상당 부분 노출된 재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