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동안 은행권 특판 예·적금 225만 계좌 판매
지급금리, 최고금리 78% 수준···절반 이하 상품도 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고객님, xx카드로 실적 채우시면 최고 11% 우대금리 해드려요"
제휴사 상품·서비스 이용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들이 은행에서 다수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 가입 고객 중 요건을 충족해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이 8%에 못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대금리 지급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실제 혜택을 누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우대금리 금융상품 가입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하고 우대금리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주요 은행들이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상품의 최고금리를 지나치게 강조했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상 취약점이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특판 상품 우대금리 제공실태 점검결과에 따르면 은행이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출시한 특판 예·적금은 총 58종으로, 같은 기간 225만 계좌가 판매됐다. 금액 기준 판매 실적은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은행들은 이러한 특판 상품을 판매하면서 핵심설명서에 최고금리를 기재해 높은 금리를 홍보했다. 그러나 만기도래 고객에게 지급된 금리는 최고금리의 78%(만기도래 21개 상품 평균)수준으로 집계됐다. 50% 이하인 상품도 2개로 나타났다.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합친 최고금리 적용을 위해서는 우대금리 지급 조건 충족이 필요한데, 이 지급 조건 자체가 복잡하고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특판 예·적금 판매시 오픈뱅킹 등록, 제휴상품 이용실적 달성, 연금이체 실적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 대형마트, 카드사, 여행사 등과 제휴해 취급하는 대표적인 우대금리 지급 상품의 경우 가입 고객 중 우대금리를 받는 고객은 7.7%에 불과했다. 우대금리 지급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거나, 불입한도 및 가입기간의 제약으로 인해 실익이 적다고 판단하면서 고객 스스로 우대금리 요건 충족을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적금 상품의 경우 적립액이 점차 증가하는 구조라 실제 수령 이자가 소비자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만기 1년, 금리 3% 정기적금(월 10만원 납입) 상품 가입하면 만기달성 시점 수령 이자는 총 1만9500원에 불과했다. 납입금액(120만원) 기준 1.6% 수준에 그치는 이자다.
특판 상품은 비교적 높은 금리가 지급되지만 중도해지 계좌 비중도 21.5%에 달했다. 중도해지 계좌는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패널티 금리가 적용된다. 실제 은행들은 고객들이 중도해지시 평균 0.86% 금리를 지급했다. 만기 금리(4.5%)의 19.1% 수준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설명자료 작성 미흡 등 다양한 이유로 소비자가 적용금리를 오인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가입시 약관 및 상품설명서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회사가 홍보하는 최고금리보다는 자신의 우대금리 지급조건 충족 가능성과 납입금액, 예치기간 등을 반영한 실질혜택을 먼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휴상품 가입‧사용 조건의 우대금리는 제휴상품의 필요성을 먼저 확인한 이후 다른 경로로 제휴상품을 이용하는 경우 혜택과 비교해야 한다.
향후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질 경우 고금리 상품 갈아타기 및 유동성 확보 등의 이유로 중도해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중도해지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우대금리 혜택이 소멸되고 패널티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만기까지 유지가능한 금액을 설정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상품이해도를 높이고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융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업무를 강화하겠다"며 "소비자보호를 위해 소비자 오인 우려 및 민원 다발 상품에 대해서는 상품설명서 등 안내자료 작성 내실화 및 설명의무 충실화 등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