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PI 발표 이후 FOMC 결과 따라 방향성 잡힐 듯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나흘 만에 1180원대로 올라섰다. 상하단이 막힌 박스권 등락 속 리스크오프(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되살아났고, 외환시장 막판 역외 매수가 쏠렸다. 간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내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향후 환율의 방향성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1174.5원)보다 6.8원(0.58%) 오른 1181.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18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6일(1183.0원)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9원 갭업한 1178.4원으로 개장한 뒤 변동폭이 큰 박스권 등락을 이어갔다. 오전 1180원에서 상단이 막혔던 환율은 오름폭을 빠르게 되돌린 뒤 장 마감 직전 역외 매수가 쏠리면서 1180원을 뚫고 마감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흐름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우선 10일(현지시간) 발표되는 11월 미국 CPI가 전년동월대비 6.7%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31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던 지난 10월(6.2%)보다 0.5%p 높은 수준이다. 이는 곧 연준의 긴축 행보를 더욱 앞당길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하방 경계감으로 작용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고, 하루 전인 9일에도 장문의 성명을 통해 물가는 곧 안정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그간 비교적 완화적인 행보를 밟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거침없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파월 의장은 다음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전염성에 대한 심각도가 시장 내 우려가 줄어들고, 1180원대 하단에서 결제 수요(달러 매수)가 받치는 등 리스크오프 심리가 나타났다"면서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 긴축 속도를 올릴 것이란 기대 심리 역시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때문에 역외 달러 매수가 마지막에 몰렸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이 높은 레벨에서 내려왔다는 점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0.9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리면서도, 최근 재확산세가 확대됨에 따라 방역 제재 등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미 파월 의장이 베이비스텝을 통해 시장에 긴축 메시지를 내비치면서 CPI 결과부터 FOMC에서 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까지 시장 내 반영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곧 예상보다 높은 물가 오름세, 강력한 긴축 메시지가 나온다고 해도 시장의 컨센서스를 크게 헤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낮아진 국제유가·원재자가격 하락폭을 11월 CPI가 반영하지 못할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으로 CPI가 높게 나온다고 해도 시장의 컨센서스가 예상 못한 긴축 발작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국채 단기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왔다는 점도 FOMC가 매파적으로 가겠지만, 보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