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지난해 기관 간 레포(REPO) 거래금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레포 거래는 자본시장에서 증권, 채권 등을 매도 매수할때 특정한 기일에 환매수하겠다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위한 환매조건부채권(RP)의 매도 매수를 들 수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은 개시거래 기준 지난해 기관 간 레포 거래금액이 2경3318조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5년 전인 2017년에 비해 약 1.7배 규모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일평균잔액도 12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고, 5년 전에 비해 약 2.1배 확대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별 일평균잔액은 12월에 143조2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12월 30일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거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연말효과, 장기적으로는 코로나 19로 인한 시중유동성 확대 및 국채발행 증가가 레포를 활용한 자금운용 수요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콜시장과 비교했을 때 기관간 레포 시장은 일평균잔액 기준으로 2017년 콜시장의 약 3.8배 수준에서 2021년 약 12배 규모로 성장했다.
기관간 레포 거래기간 현황을 살펴보면, 일평균잔액은 1일물이 86조4000억원(68.2%)으로 가장 많았고, 7∼10일물이 18조7000억원(14.8%), 10일 초과 14조4000억원(11.4%) 등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2020년과 비교하면 전체거래 중 1일물 비중이 78.1%에서 68.2%로 감소하고, 7일 이상 비중은 13.6%에서 26.2%로 증가 했다.
이는 현금성 자산 의무보유비율 제도 시행에 따른 변화로 판단된다. 현금성 자산 의무보유비율 제도란 지난 2020년 7월 이후 레포 매도자가 자금을 조달할 때 일정비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거래기간이 장기일수록 낮은 비율의 현금성자산 보유 비율을 적용한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경우 기일물(만기 2일 이상의 레포거래)의 비중이 약 35%까지 확대되는 등 해당 제도가 시장에 안착돼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기일물 중 현금성자산 의무보유비율 0%를 적용하는 7일 이상의 거래를 중심으로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간 레포의 업종별 거래규모는 일평균 매도잔액(자금차입) 기준으로 국내증권사가 57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산운용사 45조원, 국내증권사(신탁) 9조8000억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증권사의 매도 비중이 45.2%로 전년(53.9%) 대비 8.7%p 감소한 반면, 국내증권사(신탁) 및 비거주자 등의 매도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 일평균 매수잔액(자금대여) 기준으로는 자산운용사가 38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내은행(신탁) 33조4000억원, 국내은행 19조4000억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관 간 레포 매매대상 증권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관 레포 매매대상 증권의 일평균잔액(시가기준)은 국채가 79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59.1%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금융채 37조9000억원(28.2%), 특수채 7조1000억원(5.3%), 통안채 5조1000억원(3.8%), 회사채 3조9000억원(2.9%)이 뒤를 이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국채, 특수채, 회사채 및 지방채의 비중은 소폭 증가한 반면 통안채, 금융채 및 주식·ETF의 비중은 다소 감소했다.
같은기간 기관 간 레포의 거래통화별 일평균잔액은 원화가 115조2000억원으로 91.1%를 차지했다. 외화의 경우 11조2000억원(원화환산기준)으로 8.9%를 차지하며 전년(3.3%) 대비 대폭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