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1.0%p↑·예금금리 0.6%p↑
추가 금리인상 예고···예대금리차 확대될 듯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인상된 지난 5개월 사이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1%p(포인트) 넘게 급등하면서 대출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주담대 금리는 5%대를 넘어 6%대를 바라보고 있고, 신용대출과 실수요자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5%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0.6%p 상승했는데, 대출금리 급등세와 비교하면 은행 고객이 느낄 이자혜택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주담대 6%시대···3억 빌리면 한달 원리금 50만원↑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71~5.21% 수준이다. 전일(연 3.57~5.115%)과 비교해 상단이 0.095%p, 하단이 0.14%p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8월 말과 비교하면 금리 상승폭은 크게 확대된다. 8월 당시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62~4.19%로, 현재와 비교해 최고·최저금리가 각각 1.02%p, 1.09%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2.92~4.42%에서 연 3.82~5.51%로 최고금리가 1.09%p, 최저금리가 0.9%p 올랐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연 1.25%로 0.75%p 올릴 동안 은행 대출금리 상승폭은 1%p를 넘어선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은 단기간 내 금리가 급등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자들이 겪게 될 이자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예컨대, 3억원의 변동형 주담대(30년만기·원리금균등상환)를 연 3.2% 금리로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총 대출이자는 1억6706만4214원으로,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129만7401원이다. 그러나 금리가 연 6%로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총 대출이자는 3억4751만4567원으로, 월 원리금도 179만8652원으로 50만1251원 늘어난다.
문제는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데 있다. 금융권에선 올해 기준금리가 2~3차례 추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당장 다음달 대출금리부터 크게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은행,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 행렬 동참
물론 기준금리가 오르는 동안 대출금리만 오른 것은 아니다. 주요 은행들은 금리인상에 발맞춰 예·적금 등 수신 상품금리도 올리고 있다. 일부 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기준금리 인상분 이상으로 올리거나, 그 수준의 인상을 계획 중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장 발빠르게 나선 신한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정기예금 및 적립식예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0%p 인상했다. 대표 예금상품인 '쏠편한 정기예금'이 0.20~0.25%p 올랐고, 1년만기 '신한마이홈 적금' 금리가 0.4%p 오른 2.6%로 변경됐다. '안녕, 반가워 적금'의 1년만기 상품도 최고 연 4.4%로 올랐다.
뒤이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신속하게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7일부터 18개 정기예금과 20개 정기적금 금리를 0.10~0.30%p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대표 예금, 적립식예금 7종에 대한 기본금리를 0.25~0.30%p 인상한다. 오는 20일에는 예적금상품 15종의 기본금리를 0.25%p 올릴 예정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역시 이번 주 내로 수신상품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금리 인상폭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타 은행과 비슷한 수준에서 인상폭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적금금리 5개월새 0.60%↑···"대출 금리 상승세에 비해 미미"
이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0%대로 추락했던 예금금리는 대부분 1%대를 회복한 상태다. 실제로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의 기본금리 평균은 이날 기준 1.35%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25일(0.76%) 이후 5개월새 0.60%p가량 오른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경우 주력 상품인 'KB Green Wave 1.5℃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지난해 8월 0.55%에서 1.25%로 0.70%p 높였고, 신한은행은 '쏠편한 정기예금'의 금리를 0.60%에서 1.30%로 0.70%p 인상했다.
우리은행 '원정기예금'과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II'은 각각 0.70%p, 0.72%p 뛴 1.60%, 1.68%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하나의 정기예금'을 출시, 금리를 1.20%까지 올렸다. 이는 이전 주력상품인 '하나원큐 정기예금' 금리보다 0.30%p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런 수신상품 금리 상승 효과는 금융소비자에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적잖다. 이전에 비해 이자율이 높아졌지만 가파르게 상승 중인 대출금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올해도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지속된데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 역시 더욱 확대될 여지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기에 금융 소비자들은 예금금리 상승보다 대출금리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출금리가 뛰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차주들을 선별하고 있는 터라 기준금리가 인상될수록 예대금리차 확대는 물론,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