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책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27일부터 시행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안전'을 수십번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철소 현장 노동자가 또 다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외부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엄중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포스코와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47분께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작업자에 대한 안전감시를 하던 용역업체 소속 A(39)씨가 장입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장입차는 쇳물 생산에 필요한 연료인 코크스를 오븐에 넣어주는 장치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지킴이를 포함해 7명이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포항지청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포항제철소에는 부분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책임자의 안전조치 위반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날 사고 발생 직후 최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신속한 사고 수습과 보상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불의의 사고로 인해 희생된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간 최 회장은 공식석상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누누이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일환으로 스마트(Smart) 안전기술 적용 확대,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 발굴과 개선, 위험성 및 자가 안전 평가(Audit)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최 회장이 전직원이 참여하는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나 4년새 포항제철소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14명에 이를 정도로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 사태를 보면 그저 말 뿐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야 하는데 사고가 나면 불필요한 행정 잡무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키도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8일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크레인을 정비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설비에 몸이 끼여 숨졌고, 같은 해 3월 16일에는 포항제철소 내 포스코케미칼 라임공장(생석회 소성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석회석을 소성대로 보내는 '푸셔' 설비를 수리하다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같은 해 10월 7일에는 포항제철소 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포스코플랜텍 소속 직원이 덤프트럭과 충돌해 숨졌다.
2020년 12월 9일에는 3소결공장에서 포스코 협력사 하청업체 직원이 집진기 보강공사를 하던 중 부식된 배관 파손으로 추락해 사망했고 그로부터 2주 뒤인 23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야간근무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다가 제철소 내 도로에서 덤프트럭과 충돌해 숨졌다. 2019년 2월 2일에는 제철소 신항만 5부두에서 작업하던 직원이 동료 직원이 작동한 크레인에 끼여 숨졌고, 같은 해 7월 11일에는 코크스 원료 보관시설에서 직원이 온몸 뼈가 부서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특별 감독을 진행해 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기도 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현장 점검을 벌인 데 이어 사측도 협력사협회와 함께 유해·위험작업을 찾아 개선 대책을 세우기도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을 적용하면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인정될 경우 처벌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