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인수합병(M&A)이 무산됐던 국내 조선업체 1, 3위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한 달만에 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연초부터 선전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달 유럽연합(EU)이 양사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으로 M&A가 무산됨에 따라 부정적 충격를 우려했으나 독자적인 기술경쟁력으로 이를 불식시켰다고 분석했다. 양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친환경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휩쓰는 동시에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도 대응하는 모양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이자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41억6000만 달러(한화 4조9741억원)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의 약 24% 달성에 성공했다.
수주 선박은 총 36척으로, 주로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지난 설 연휴기간 유럽 및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2만4000톤(t)급 LNG추진 로로(Roll-on & Roll-off)선과 1만2500입방미터(㎥)급 LNG 벙커링선이 주목받고 있다.
LNG추진 로로선은 두 개의 LNG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한 쌍축선(Twin Skeg)으로, 쌍축선은 2개의 프로펠러에 추력을 분산시켜 단축선에 비해 연비 효율이 높다. 또 항구 입출항 시 장착된 680킬로와트시(kWh) 배터리 2개를 활용해 연안에서의 유해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NG 벙커링선은 LNG 이중 연료 발전기 3대와 전기추진 스러스터 4기가 탑재돼 있어 좁은 항만에 접근할 때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외에도 PC선 2척, 전기추진 여객선(RO-PAX)선 2척 등을 수주하며 독자 기술을 적용시켜 차별성과 경쟁력 모두 높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친환경·고효율 선박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LNG추진, LNG 벙커링선 등 LNG 관련 선박의 다양한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약 27억2000만 달러(한화 3조2523억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로 치면 5월까지의 수주금액을 한 달새 채운 셈이며 올해 첫 수주 시점도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기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 선박으로는 LNG운반선 5척, 컨테이너운반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12척·기다.
현재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과 더욱 고도화된 재액화설비(Gas Management System) 등 독자적인 친환경 기술을 내세우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일감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은 환경규제에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선종으로, 2023년 시행 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비한 신규 투자가 본격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M&A 무산 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에 대해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달 13일 EU 집행위원회는 LNG 운반선 분야에서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 재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지만 양사 모두 새해부터 글로벌 선사 발주를 독점하며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고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빅3의 건조 경험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며 "경쟁국에서도 문의가 들어올 만큼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NG, 액화석유가스(LPG)에 이어 전기추진선‧전력운송선 등 차세대 선박도 개발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