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강 조망권 독점, 일조권 침해 등 고려해야"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그동안 서울 아파트 층수를 제한했던 이른바 '35층 룰'이 공식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강변의 재건축 단지들은 높은 층수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망권 독점, 일조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아파트지구2구역 재건축조합은 최근 공고한 설계경기(현상설계) 공모에서 건축규모를 '지하 3층~49층'으로 명시하며, '49층'으로 재건축 계획을 짜겠다는 의미를 내비쳤다. 현상설계는 경쟁을 통해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다.
앞서 지난 2019년 압구정3구역도 '최고 49층'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동 높이를 최고 49층으로 하는 안을 공개했다. 이후 서울시의 반대로 진전은 없었다.
지난달에는 GS건설이 이촌동 한강맨션에 서울시에서 인가받은 35층 설계안과는 별도로 '68층 혁신설계안'을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서울 한강변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층수 높이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서울시가 올 상반기 발표할 예정인 '2040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층수 제한을 폐지하는, 이른바 '35층 룰'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른 것이다. '35층 룰' 완화는 오 시장의 주요 공약사항 중 하나다.
층수를 최대한 높게 지어야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준공 이후에도 일대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높은 집값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발달 등으로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아파트는 높을수록 비싸다'는 공식이 생겼다"며 "추후 그 동네에서 '랜드마크' 단지가 되기 위해서는 층수가 중요한 만큼 다들 최대한 높게 지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강 조망권 독점, 일조권 침해, 교통난 등의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고층으로 재건축하려는 계획 추진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서울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한강변에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조망권 독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도시 경쟁력 문제와도 결부시켜 생각해 볼 문제로 기부채납을 받든지, 국가가 나서서 땅을 매입하든지 해서 한강변에 상업시설 등을 지어 집객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지역으로 조성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이 단지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줘 해당 단지뿐만 아니라 주변 집값까지 자극할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인근 주거지역에 대한 일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로 한 사업장에서는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인근 아파트에서 제기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일부 층의 층수를 낮추라고 결정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가구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난도 고려해야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