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뉴욕증시는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급락했다.
11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03.53p(1.43%) 하락한 34,738.06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5.44p(1.90%) 떨어진 4,418.6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94.49p(2.78%) 급락한 13,791.15에 각각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우려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을 주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상황이 순식간에 나빠질 수 있다"라며 즉시 떠날 것을 권고했다. 이날 영국이 장중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철수 권고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빠르게 고조됐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가치가 오후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5% 이상 올라 배럴당 94달러를 돌파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후 들어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당장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24~48시간 내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동계 올림픽 기간이 끝나기 전에도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가능한 빨리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우크라이나 소식의 영향을 받았다. 전날 2019년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돌파한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1.9%대로 하락했다. 이날 2.033%로 출발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2.064%까지 올랐다가 1.943%로 떨어졌다.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채권 가격은 올랐다는 의미다. 전날 1.63%까지 올랐던 2년물 국채금리도 10bp가량 밀리며 1.48% 수준까지 떨어졌다.
월가 일각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이날 증시 하락에 약간의 영향을 미쳤을 뿐 본질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UBS의 아트 캐신은 "일부 트레이더들이 주말을 앞두고 이 뉴스에 반응을 보였다"며 "하락의 진짜 이유는 연방준비제도가 정말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메리카 웰스매니지먼트의 존 린치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에 "투자자들이 일단 먼저 팔고 나중에 질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10%대의 추가적인 하락을 겪을 수 있다"며 "우리는 단기적 변동성 구간에서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의 전략을 고수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증시의 주요 지수들도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나스닥지수는 한때 3% 이상 밀렸고, S&P500지수는 2% 이상 떨어졌다.
전쟁 위협이 높아지면서 일부 방산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노스롭 그루만(NOC)은 이날 4.53% 올랐고, 록히드 마틴은 2.79% 상승 마감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옥시덴탈 페트롤륨과 데본 에너지는 각각 5.65%, 3.61% 올랐고, 엑슨 모빌은 2.51% 상승했다. APA와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각각 2.03%, 3.94% 올랐고, 마라톤 오일도 3.73% 상승했다.
반면 항공주 등 여행관련주들은 급락했다. 아메리칸 항공이 5.88% 하락한 가운데 유나이티드 항공과 델타항공은 각각 4.62%, 3.58% 하락 마감했다. 카니발과 노르웨이 크루즈는 각각 4.68%, 5.26% 하락했고, 로열 캐리비언은 4.41% 내렸다.
엔비디아(-7.27%), 테슬라(-4.93%), 애플(-2.03%), 아마존(-3.60%), 메타(-3.74%), 넷플릭스(-3.69%), 알파벳(-3.13%), 마이크로소프트(-2.43%), 퀄컴(-5.42%), AMD(-10.02%) 등 기술주 대부분이 급락했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연준 긴축에 대한 우려는 유지됐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이 7번 금리를 25bp씩 인상해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준이 한 번에 50bp 인상은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3월에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이 크며, 5월에도 50bp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도 올해 3월에 연준이 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이후 4회 더 25bp씩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는 전달보다 크게 악화했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2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61.7로 집계됐다. 직전 달 확정치인 67.2보다도 큰 폭 하락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67보다도 낮았다.
한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3.45p(14.43%) 급등한 27.3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