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95달러 안팎까지 폭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며 국제유가는 4% 안팎의 폭등세를 보였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3.58% 오른 배럴당 93.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배럴당 94.66달러까지 치솟았다. 2014년 9월 30일 이후 최고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른 끝에 결국 전일비 3.3% 급등한 94.44달러로 장을 마쳤다.
러시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중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다는 미 당국의 경고가 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상황이 순식간에 나빠질 수 있다"라며 즉시 떠날 것을 권고했다. 이날 영국이 장중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철수 권고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은 빠르게 고조됐다.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호주 멜버른에서 쿼드 외교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경고한데 이어 백악관에서도 같은 경고가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규거래 마감 약 2시간을 앞두고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올림픽이 끝나기 전이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가 긴장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도 병력이 계속 보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도 언급했듯이 침공이 언제든 개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은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을 결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전쟁이 "조만간 일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영국,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각국이 자국민들의 우크라이나 여행을 금지했고, 체류중인 자국민들에게는 귀국을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도 폭등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바빈은 "시장이 지난 수주일간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전쟁이 나도 최소한 올림픽 이후에나 터질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바빈은 "향후 유가 움직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미국과 서방 동맹들이 어떤 제재조처를 내리느냐에 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제재가 궁극적으로 석유 공급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팍팍한 수급상황 속에 투기적 수요가 겹쳐 유가 고공행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금 가격은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3.20달러(1.26%) 오른 186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50% 오른 96.03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