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연초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줄고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하락 전환된 가운데 몸집이 가벼운 중저가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2일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963건(이하 실거래가 공개건수 기준)으로, 이중 실거래가가 9억원 이하인 아파트 거래 비중은 68.5%(591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149건)의 9억원 이하 비중 54.3%(624건)에 비해 14.2%포인트(p) 높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지난해 4∼7월 평균 58.1%였으나 8월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강화로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8월에는 50.4%, 9월에는 48.3%로 줄었다.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없어 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일시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도 51.1%에 그쳤던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11월 들어 다시 55.1%, 12월 54.3%로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 1월에는 7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종합부동산세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고가주택의 매수심리가 위축된 데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고가주택 거래는 줄고, 중저가 급매물 위주로 팔린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 4∼7월 평균 15.9%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된 9월과 10월에 각각 20.8%, 19.2%로 늘었다. 애초 대출 대상이 아니다 보니 대출 총량규제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 비중은 종부세 부과 이후인 12월에 18.2%로 줄어든 뒤 올해 1월에는 14.7%로 급감했다.
여야 후보들의 대선 공약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이 거론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주택의 매수·매도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것도 비중 축소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올해 1월 6억원 이하 저가아파트 거래 비중은 42.5%로 작년 12월(34.2%)보다 8.3%p 늘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직후인 지난해 8월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에 불과했는데 올해 들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의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높아진 상태에서 제2, 제3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에도 고가보다는 중저가가 부담이 덜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음 달 대선 전까지 극심한 거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앞으로 고가와 중저가 거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