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7개 분과별로 인선을 마치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보다 서울시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다룰 인수위 경제2분과에 국토부 공무원이 1명 파견된 반면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 공무원은 2명 합류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 검토 단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등의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2일 인수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인수위 경제2분과는 전날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등이 모인 가운데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경제2분과 전문위원 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부동산 전문가로 채워졌다.
백원국 국토부 국토정책관,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정책지원센터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이 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애초 국토부는 국장급 2명과 과장급 2명을 추천했으나 인수위는 국장급 1명만 받기로 결론 내렸다.
기술고시 출신인 백원국 국장은 공공주택과 주거복지, 도시재생 등의 분야를 주로 다뤄왔다.
서울시에서는 2명이 파견됐고, 주택정책 책임자인 주택정책실장이 합류했다.
김성보 실장의 경우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도시정비과장, 공공재생과장, 주거사업기획관, 주택기획관, 주택건축본부장 등을 거쳐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7월 주택정책실장을 맡아 신속통합기획 등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왔다.
특히 김 실장은 서울시장이 공석이던 지난 2020년 정부가 발표한 '8.4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현 정부와 각을 세웠던 서울시 관료가 인수위에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리게 된 셈이다.
김 실장의 이력이나 인적 구성 등으로 볼 때 인수위가 국토부보다는 서울시 정책을 모델로 새 부동산 정책을 입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이나 안전진단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 수도권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 설계로 국토균형개발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시의 부동산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서울이 해결된다고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며 "전국적인 국토공간계획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이 수립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