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가 쏘아올린 '빅데이터 판매'···보험업계, 대세될까
KB손보가 쏘아올린 '빅데이터 판매'···보험업계, 대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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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데이터 판매 사업 수익 모델 '첫 사례'
한화손보, 올 2월 빅데이터 관련 부수업무 신고
"빅데이터, 헬스케어·마이데이터와 시너지 전망"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전 세계가 데이터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KB손해보험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빅데이터 판매 계약을 체결해 주목된다.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사업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보험 영업 외에 데이터 사업으로 발을 뻗은 첫 사례가 나오자, 보험사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보험업계의 화두인 '헬스케어'와 만나 시너지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 다만 초기 단계라 데이터 규범 정립·데이터 접근성 제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1일 업계 최초로 '데이터 자문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KB손보와 계약을 체결한 한국웰케어산업협회(이하 웰케어)는 KB손보의 보험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를 결합해 MZ세대를 위한 대사증후군 관련 미니보험 상품을 기획할 예정이다. 

KB손해보험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문 서비스와 비식별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후 필요한 상품 설계·요율 책정·상품 판매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빅데이터 자문 및 판매 서비스'에 대한 부수업무 자격을 획득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의 첫 성과다. 부수업무는 보험 판매처럼 본업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성이 있는 업무를 의미한다. 

금융감독원 부수업무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 중 부수업무로 '빅데이터 자문 및 데이터셋 판매'를 신고한 곳은 KB손해보험, 삼성생명, 교보생명,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현 신한라이프),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총 6곳이다. 이 중 한화손해보험은 가장 최근인 올해 2월에 부수업무를 신청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금융데이터댐 사업에 참여하면서 핀테크 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생겼다"며 "협업을 위해서는 데이터 관련 부수업무 획득이 필요해 데이터 자문 및 데이터셋 판매를 신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데이터댐 사업은 대량의 데이터를 가공해 가치 높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수요자가 용도에 맞게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을 의미한다. 

금융데이터탬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각 사에서 보유한 고객의 정보를 가명처리한 후 수집해 결합, 분석이 가능하다. 해당 데이터들은 개인의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금융데이터거래소(FinDX), 한국데이터거래소(KDX) 등에서 거래할 수 있다. 해당 사업에는 한화손보뿐 아니라 교보생명도 참여했다.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사업시행을 고려해 빅데이터 관련 부수업무를 신고한 사례다. 교보생명은 고객의 건강하고 올바른 금융생활을 돕기 위해 이달 초 보험업계 최초로 금융마이데이터 서비스 ‘피치(Peach)’를 출시했다. 현재 각 금융사에 흩어진 정보를 하나로 모아 금융과 건강생활 전반을 코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는 미래먹거리인 데이터 관련 사업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부수업무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아직 빅데이터 판매 및 자문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구체적인 사업 방침이 나온 상황은 아니지만 사업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같은 보험업계 움직임은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배경엔 판매 및 자문을 통해 의료데이터 결합, 마이데이터 사업 등 미래먹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며 "당장 수익이 없다해도 시장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때문에 대형사 위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KB손해보험 이외 실질적으로 계약 단계까지 간 보험사는 없더라도, 데이터 판매 관련한 최초 사례가 나왔고 부수업무 신고하는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관심이 꽤나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다른 보험사들도 데이터 판매 관련 사업을 고려해 볼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 소비자 동의·의료 데이터 활용 제약 등 아직까진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데이터 판매 및 자문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매듭지어야 할 선결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물론 데이터 사업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야지만 질 좋은 서비스와 상품이 점점 많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보험사가 데이터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들 당장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사업 기회를 지켜보고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라 빅데이터 판매 사업 확대는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생보사의 경우 손보사에 비해 까다로운 의료데이터가 많다. 데이터 규제 문제로 접근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 사업 확장에 속도차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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