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주 안건 모두 가결···KCGI 안건 부결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년 만에 벌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의 표대결에서 이변없이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KCGI가 이달 말 만기되는 한진칼 펀드 시기에 맞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제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외 이사 승인 건 △사내이사 류경표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6가지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6726만9123주)의 87.28%(5871만1936주)에 해당하는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결과적으로 한진칼이 내세운 류경표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주인기·주순식 사외이사 재선임, 최방길·한재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반면 KCGI가 한진칼에 주주 제안한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포함해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 이사의 자격 기준 강화 등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서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은 찬성률 25.02%,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찬성률 57.9%, 이사의 자격 기준 강화를 위한 정관 변경안은 찬성률 53.4%였다.
정관 변경 건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어야 가결된다.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과 찬성 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말 의결권 기준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3.89%다. 조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이 20.79%, 우군인 델타항공이 13.10%를 보유하고 있었다.
KCGI 측 지분율은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17.27%, 대호개발 등이 16.89%로 34.16%로 앞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2대주주로 올라선 '캐스팅보드' KDB산업은행(지분율 10.50%)이 이번 주총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산은도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게 됨에 따라 KCGI는 표대결에서 또 다시 패배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산은 입장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권 약화를 가져올 수 있는 KCGI의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이날 석태수 한진칼 대표가 주총에서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올해를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2022년 경영방침을 그룹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지원 및 유동성 확보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해외 주요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 남은 과제를 지속해서 수행하겠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회를 창출하고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에서도 패한 KCGI가 엑시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KCGI의 한진칼 펀드 만기 시점은 이달 말까지다.
최근 강성부 KCGI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KCGI 펀드는 큰 수익 구간에 진입했고 회사가 대폭 개선돼 엑시트를 위한 여건은 조성됐다고 본다"며 "매각은 부분 매각보다는 전량 매각이 원칙"이라며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언급을 한 바 있다. KCGI가 보유한 주식 1주당 평균 단가는 3만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당장 투자금 회수에 나서더라도 약 3400억원(전날 한진칼 종가 6만200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60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박남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찬성률 84.06%로 가결됐다.
조 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화물 사업의 경우 호조세가 예상되지만, 여객 수요의 회복과 함께 단기간에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환율,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러시아 영공 통과 운항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진칼 자회사인 진에어도 이날 주총을 열어 박병률·곽주호 사내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진에어는 정관의 사업목적에 '기내식 제조 판매 및 기용품 판매업', '의료기기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또 이사회 내 위원회 명칭을 거버너스위원회에서 ESG위원회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