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업비트, 연동에 소극적" vs VV "코드의 전략적 판단"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 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트래블룰 시행을 하루 앞둔 가운데 결국 양대 트래블룰 솔루션의 연동이 한달가량 지연되게 됐다. 다른 솔루션을 택한 거래소 간 기술적 연동이 늦어졌다는 게 표면적 이유인데, 그 바탕에는 업비트와 나머지 거래소 3사(빗썸·코인원·코빗)의 갈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은 "솔루션 연동 작업이 다음달 24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래블룰이 시행되는 오는 25일에 맞춰 연동을 마친다는 계획이 미뤄진 것이다.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 이전과 함께 송·수신인과 관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가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에게 100만원 이상에 상당하는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경우, 가상자산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가상자산을 이전받는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쉽게 말해 불법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테러자금을 추적하고자 가상자산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규칙이다. 거래소들은 트래블룰 이행을 위해 트래블룰 솔루션을 이용해야 한다.
트래블룰 솔루션은 빗썸·코인원·코빗이 개발한 '코드(CODE)'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로 나뉜다. 애초에 4대 거래소는 코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으나, 업비트가 독자노선을 택하면서 진영이 양분됐다.
이번에 솔루션 연동 작업이 지연된 것도 양 진영 간 협력 논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코드 측에 따르면 코드는 R3 메인넷을 활용해 블록체인 버전의 트래블룰 시스템을 개발, 지난 2월 빗썸·코인원·코빗 간 연동을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쓰지 않았던 베리파이바스프와 연동을 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되는 상황이었고, 이에 비(非)블록체인버전(CS)을 우선 도입해 이달 초부터 람다와 연동을 시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테스트를 마무리 지을 만한 시간이 부족한 탓에 연동을 미루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코드 측은 업비트의 소극적인 자세가 연동 지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트래블룰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연동에 대한 합의 자체도 지난주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코드 관계자는 "연동을 위해 코드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모두 멈추고, 비블록체인버전은 물론 메시지 포맷과 VASP 주소확인 방식 등 트래블룰 시스템의 중요 사항들을 모두 람다에 맞췄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업비트는 연동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를 일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래블룰 솔루션이 연동되지 않아 국내 거래소끼리 송금을 하지 못한다면 불편함을 겪은 이들은 점유율이 압도적인 업비트 쪽으로 쏠릴 것"이라며 "결국 업비트 입장에선 트래블룰 시스템을 빠르게 연동해선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업비트의 입장은 코드 측과 엇갈린다. 비블록체인 버전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막판에 버전을 바꾼 것 역시 코드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
업비트 관계자는 "해외 솔루션은 다 중앙화 방식"이라며 "비블록체인버전으로 바꾼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말자'고 판단한 것이지, 람다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VV는 업비트, 텐앤텐 등 거래소와 시스템 연동을 마친 반면, 코드는 시스템 연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연동 작업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해왔음에도 람다와 맞추기 위해 블록체인버전을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연동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용자들만 불편을 떠안게 됐다. 연동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다른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는 거래소의 이용자의 경우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한 달간 거래소 직·간접적인 입출금이 제한될 예정이다. 단, 개인지갑으로 이전 후 입금하는 방식을 통해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로 이전할 수 있다.
양측은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서 회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4대 거래소의 공동솔루션이 불발되면서 기술구현 방식, 접근 방식 등이 달라졌다"면서 "거래소 간 엇박자가 길어질수록 이용자들의 불만과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