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와 일맥상통···데이터 기반 사업 진출 채비"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카드사들의 신규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미래 먹거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올해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등 데이터 기반 사업에 방점이 찍혔다.
올해 카드사 주총의 포문을 연 곳은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20년 만에 정관을 변경하고, 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투자자문업·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신기술사업금융업·데이터 전문기관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미래먹거리 발굴차원에서,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역량 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내디딜 분야로는 '데이터 전문기관'과 '신기술사업금융업'이 꼽힌다. 두 사업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보험금 미지급으로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 사업 계획과 인프라가 있어도 당장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마이데이터·투자자문업·CB업에 뛰어들 수 없다.
데이터전문기관 사업의 경우 최근 삼성카드가 금융위원회에 데이터전문기관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한 예비신청서를 내면서 사업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전문기관은 신용정보법에 따라 금융·비금융 분야 비식별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전문기관을 말한다.
삼성카드가 빅데이터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지켜온 만큼 '빅데이터' 역량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활용 마케팅 지원 서비스, 빅데이터 마케팅 플랫폼 등을 구축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제공해 왔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신기술사업도 유망하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 융자 등을 하는 업무 영역이다. 지난 2017년 BC카드도 신기술사업금융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이 사업목적에 추가되면 유망 스타트업을 단순 지원하는 단계를 넘어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융자가 가능해진다. 카드사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다만 삼성카드는 당장 중소기업 발굴 및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KB국민카드도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개인사업자 CB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정관을 변경했다. 이미 지난해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신한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본허가를 획득하는 등 개인사업자 CB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 2020년 사업목적에 개인사업자 CB를 추가한 바 있다.
개인사업자 CB는 600만의 자영업자를 잠재고객으로 하는 미래 먹거리 사업인 데다 데이터 수집·이용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수수료 인하 정책과 빅테크와의 경쟁으로 고민하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KB국민카드도 전통적인 금융정보 위주의 신용평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신용평가 기준을 확립하고 다양한 분야에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데이터 기반의 수익모델을 준비하기 위한 카드업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며 "카드사들이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관련 사업이 정관에 반영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정관 변경 이후 사업 진출 속도는 각 사마다 다를 테지만, 사업목적을 추가해 정관을 바꾼다는 것은 미래먹거리를 준비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성장정체로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