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등에 힘입어 이자마진 개선
자사주 소각·분기배당···주주환원 속도낸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4대 금융그룹이 금리 상승기를 타고 올해 1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올해 대출 성장이 둔화됐음에도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마진이 개선된 영향이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추정치는 4조1226억원이다. 이는 1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냈던 지난해(3조9647억원)보다도 3.98% 증가한 규모다. 1분기 기준 4대 금융의 순이익 합계가 4조원을 넘는 것은 처음이다.
에프앤가이드 추정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이 각각 1조2583억원, 1조2537억원으로 한층 치열한 리딩뱅크 다툼을 예고했다.
4대 금융 가운데 실적 개선세가 가장 큰 곳은 우리금융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은 1분기 780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6671억원)보다 16.9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대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비은행 계열사 실적도 양호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다. 특히, 증시 부진으로 다른 금융지주 증권계열사들의 실적 둔화가 유력한 가운데,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순이익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 전망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8300억~86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 규모는 8357억원으로, 올해는 소폭 둔화되거나 1% 안팎의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사별로 분위기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핵심계열사인 은행의 주 수익원 이자이익이 크게 확대되면서다. 지난해 11월, 올해 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된 데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어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될 전망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최대 마진을 남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두 금리 간 차이가 클수록 수익이 확대되는데,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예대금리차는 모두 전월보다 큰 폭으로 확대됐다. 2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0.6%p(포인트) 오른 1.86%로 지난해 5월(1.89%)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잔액기준의 경우 0.03%p 오른 2.27%로, 2019년 6월(2.28%)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지주는 또다시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할 전망인데 실적 호조는 NIM 개선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가 견인할 것"이라며 "1분기 은행 NIM은 전분기 대비 2~3bp(1bp=0.01%p)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2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분기배당 등 주주환원에도 속도를 낸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B금융은 지난 16일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했다. 1분기 배당을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통상 주주명부 폐쇄는 배당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2006년부터 중간배당을 해온 하나금융도 올해 분기배당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25.7%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