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공포 엄습···'물가 4%대' 뚫리나
글로벌 인플레 공포 엄습···'물가 4%대' 뚫리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EU·日 등 지구촌 물가상승압력에 '휘청'
국내에서도 5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
도시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 잇단 인상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세계 경제가 고(高)물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쟁 청구서를 받아든 유럽을 비롯해 30여년 제자리걸음을 보였던 일본까지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였다.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한 우리나라 역시 앞으로의 물가 오름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달부터 올라가는 공공서비스 요금이 서민 체감 물가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면서 국내에서도 4%의 물가상승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1년 전보다 6.4% 상승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직전월인 1월(6.25%)보다 상승폭이 더욱 커진 것이며, 지난 1982년 1월 이후 40년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년동월대비 5.4% 상승했는데, 1983년 4월 이래 가장 높은 오름세다.

연준의 PCE 목표치가 2.0%라는 것을 볼 때 미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에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2년물 국채금리(2.39%)가 10년물(2.38%)을 잠시 넘어선 것이다. 통상 장기물이 원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하지만 단기물이 더욱 높다는 것은 머지 않아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위기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전쟁 청구서'까지 받아든 유럽은 미국보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독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3%로 잠정 집계됐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스페인도 지난달 CPI가 9.8% 급등해 3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번 물가지표는 지난 2월말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반영된 첫 데이터다. 이같은 급등세에 지난달 유로존 경제심리지수(108.5)는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4.6%에서 1.8%로 무려 3%p 가까이 낮췄다. 오스트리아도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전쟁이 유럽 경제에 공급 충격을 주면서 힘든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30년 가까이 물가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던 일본에서도 최근 식품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전체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저물가 해소는 일본의 오랜 목표였지만, 공급발(發) 상승이라는 점이 문제다. 물가는 뛰지만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되레 소비만 위축시킬 수 있고, 이는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국내 CPI는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가 5개월 연속 3% 상승한 것은 약 10년(2010년 9월~2012년 2월) 만이다. 한은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을 3.1%로 전망했는데,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하기 전이라는 점에서 향후 물가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향후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을 보면 전망은 더욱 어둡다. 지난 2월 생산자물가는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 1분기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년 전보다 무려 85.4% 늘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물가상승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3월 물가는 오름폭이 더욱 커질 수 있고,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 체감 물가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부터 일반국민, 자영업자가 사용하는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의 기준 원료비를 평균 1.8%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요금도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된다. 이에 따라 단계적 인상이 마무리되는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가구당 부담액이 지금보다 각각 3620원, 5460원씩 늘어 총 9000원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대외 물가상승압력에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10~20년동안 보지 못했던 물가 급등세가 대외적인 요인으로 시작해 통제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해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세는 당분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비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물가로의 전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곧바로 경기를 냉각시키기도 어려운 만큼, 올해 높은 물가 상황을 쉽게 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