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공백 장기화될 경우 업무 차질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책은행, 금융공공기관 임원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차기 정부와 손발을 맞출 인물을 기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후임 선발 논의를 위한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 구성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서류 공모와 인사 검증을 거쳐 최종 선발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차기 원장 선임 일정이 상당히 지연된 셈이다.
후임 선임 일정이 늦어진 배경으로는 한국은행 총재 공백이 꼽힌다. 한국은행 총재는 은행 대표들로 구성되는 금융결제원 사원총회의 의장으로서, 결제원 원추위 선임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현재 총재직은 이주열 전 총재가 지난달 31일 퇴임한 후 공석인 상태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 개최되는 만큼 원추위 구성도 청문회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결제원은 금융기관 결제시스템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과 밀접한 조직이다. 현 김학수 원장은 행정고시 34회로 금융위 증선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정부 부처와 관련이 있는 만큼 원장 선임 과정에서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앞서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을 두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 간 인사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던 만큼 금융결제원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원추위 구성할 때 한국은행의 역할이 큰데, 총재 후보자 청문회도 아직 열리지 않았으니 원추위 구성이나 구체적인 (후임 선임) 일정이 순연되는 것 같다"며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현 원장이 직무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유관기관인 신용정보원도 지난달 초 신현준 원장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 선발 작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보험연구원장 인선 일정도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금융당국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연구원장 인선을 늦춰달라고 요청한 만큼 인선 작업 재개 시점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임원 인사 지연은 국책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지난달 말 신충식·김세직 사외이사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이 임명되지 않았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는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금융위 모두 후임 선임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차기 사외이사 선임이 지연되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도 불투명해졌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미 지난달 초 3명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기업은행과 금융위에 전달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자회사인 IBK캐피탈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표이사 공석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19일자로 최현숙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이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했다. 통상 IBK캐피탈 대표이사는 기업은행 출신 인사가 선임돼 왔는데, 정권 교체기인 만큼 기업은행이 섣불리 후임을 선발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기관 인사 지연 장기화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달 10일 이후 미뤄뒀던 인선 작업을 시작한다면 최종 선발은 하반기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3월 대선 이후 두 달간 인사권 갈등이 극심하기도 했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지금은 알박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시기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관마다 3~4개월의 공백이 예상되는터라 스톱된 사업도 있고, 업무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