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에 대면영업 위축·투자익 감소·실손 손해액 급증이란 '3중고'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보험유지율 개선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등으로 보험영업에서 전년보다 손익 구조가 개선된 덕분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 빅5(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조20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476억원) 대비 21.4% 증가한 규모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4091억원 △현대해상 1512억원 △DB손보 2800억원 △KB손보 1431억원 △메리츠화재 2222억원을 기록했다.
순익 기준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KB손보로 1년 새 108% 급증했다. 메리츠화재와 DB손보는 각각 70.4%, 47% 상승했고 현대해상도 19.6%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나홀로 5.2% 감소했으나,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따른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28.5% 성장했다.
올해 초 오미크론 여파로 대면영업이 어려웠던 데다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이익 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분기 순익이 증가한 것은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예상보다 선방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재확산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대면영업에는 악영향을 미쳤지만, 이동이 감소한 영향으로 자동차 사고빈도가 줄어드는 등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오히려 개선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하면 본업인 보험영업 적자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자동차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포인트(p), 1.5%p 줄었고 DB손보는 3.1%p 감소했다. 메리츠화재와 KB손보도 각각 4.3%p, 6.2%p 개선됐다.
장기보험 손해율의 경우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점과 백내장 수술 청구가 급증한 점에 영향을 받아 회사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삼성화재(0.4%p), DB손보(2.1%p), 메리츠화재(1.3%p)의 장기보험 손해율은 개선된 반면 현대해상은 0.5%p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보험영업 효율을 보여주는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손보사 빅5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는 합산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졌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영업에 따른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들 손보사의 RBC비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여전히 보험업법 규정(100%)과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하는 모습이지만, RBC비율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익이 감소한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락률이 제일 컸던 손보사는 삼성화재로 전분기 대비 34.1%p 떨어진 27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손보는 17.1%p 감소한 162.3%를, 메리츠화재는 28.5%p 감소한 178.9%를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188.7%로 직전분기 대비 14.4%p 떨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분기 백내장 수술 급증 등으로 실손보험금 지급 자체는 확대됐지만,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에서 손해율이 하락한 덕에 보험영업이익 적자 폭이 개선됐다"며 "2분기부터는 거리두기 해제로 손해율이 일정 부분 상승할 것으로 보여 손보사들이 손해액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건전성 강화에도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