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20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새 10원 가까이 내렸다. 미국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달러는 약세를 보인 데 반해, 아시아장에서는 '리스크온(위험자산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환율은 다시 1260원대로 내려앉았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77.7원)보다 9.6원 내린 달러당 1268.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1.1원 급등했던 전거래일의 오름폭을 대부분 되돌렸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7원 내린 1267.0원으로 개장한 뒤, 장 중 1278.2원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최저 1265.5원을 기록하는 등 1260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빅피겨'(큰 자릿수)로 꼽혔던 1300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하향 안정화하고 있는 모습은 다행스럽다. 단, 환율의 일일 변동폭이 10원에 육박할 만큼 변동성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환율은 최근 4거래일 동안 8.4원에서 11.1원으로 움직이는 등 일일 변동폭이 9.5원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는 달러의 약세와 아시아 통화 강세가 함께 맞물린 결과다. 최근 아시아 금융시장의 경우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를 따라가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는데, 이날의 외환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머징(신흥국) 국가 간 흐름이 분리돼 나타났다.
먼저 글로벌 달러의 경우 미국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일주일 전과 비교해 1.42% 하락했다. 앞서 달러화지수는 6주간 상승세를 이어왔고, 지난 13일에는 105.01까지 치솟아 지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대로 아시아 금융시장은 위험선호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봉쇄조치 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해소 기대 등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회복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간밤 위안화 강세와 미국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한 역외환율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4원씩 내리는 등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따른 강세분을 반납했다. 코스피 역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수혜 기대감에 상승했고, 이는 환율 상승에 우호한 환경을 조성했다.
위안화 반등 영향도 컸다. 인민은행은 이날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의 5년물 금리를 4.6%에서 4.45%로 0.15%p 인하했다. 1년 만기 LPR은 3.7%로 동결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는 그만큼 중국이 경제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경제성장률 방어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즉, 금리 인하는 중국 경기 부양 의지로 읽히면서 역외시장에서 달러대비 위안 환율은 전일종가대비 0.57% 빠진 6.68위안대까지 내렸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앞으로의 외환시장 흐름은 눈치싸움으로 본다"면서 "연초만 하더라도 달러당 1200원을 뚫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이 제기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1260원 자체는 역시 높은 구간이다. 지금은 각 나라별 경제·펀더멘털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이 각 경제지표마다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으로, 수출 모멘텀·무역수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