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도 대책 고심···"LAT 도입 유력하게 검토"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험업계가 자본건전성 비율 등이 하락하면서 신용등급까지 휘청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 비율을 일정 이상 유지하기 위해 채권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데, 금리인상기이다보니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생명(84.5%), 한화손해보험(122.8%),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이 올해 1분기 기준 금융당국의 RBC(지급여력)비율 권고치(150%)를 하회했다. 한화생명과 KB생명의 1분기 RBC비율은 직전분기 대비 각각 23.6%p, 25.5%p 감소하며 당국 권고치에 근접한 161.0%를 기록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수 있는 돈이 마련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그동안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평가 지표로 활용돼 왔다. 금융감독원은 이 비율을 150% 이상,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단기간 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자산 하락이나 부채 증가 등과 같은 내부 문제가 아닌 금리인상 탓에 RBC비율이 단기간에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상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채권 값이 하락했고 결국 장부상 평가이익이 줄어 RBC비율이 낮아진 것"며 "실제 자산과 관리 능력이 악화됐다기보다는 금리인상이라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부랴부랴 자본조달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4조원이 넘는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자본확충 규모가 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올해만 1조원이 넘는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데다 이후 추가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흥국화재는 이달 31일 3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KB손해보험은 최근 사옥 5곳을 매각하며 50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본확충을 급하게 단행하다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급하게 자본조달을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향후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RBC비율 하락, 자본성 증권 발행, 이자비용 증가, 실적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되는 셈이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17일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 부문에서 현금 흐름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투자영업이익 변동성이 증대됐고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과거보다 저하됐다는 이유에서다. 기발행 자본성 증권의 조기 상환과 금리 상승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늘어난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여기에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또다른 악재다.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빅스텝' 시사 발언이 나온 만큼 올해 말 기준금리가 최대 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대응방안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RBC비율 하락폭이 큰 보험사들과 경영현황, 재무상황 등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자본 건전성을 끌어올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회계제도 조기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언급되고 있지만, LAT(보험부채적정성평가제도)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AT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 뒤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는 제도로, RBC비율 이외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분류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 인상이 보험사에 호재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금리인상은 보험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RBC비율 악화와 수익성 하락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에 공감하면서, 보험사에 자본확충 주문보다는 자본 건전성을 끌어올릴 방안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회사 차원에서도 대응방안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