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 아냐"
"6~7월 물가, 5월보다 더 높을 가능성 커져"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하반기 한은의 긴축통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내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결정할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경기,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빚내서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하려고 빚을 냈다가 급격히 늘어나는 이자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이른바 '이자푸어'(론 푸어) 양산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15일에 이어 내달(7월26~27일)에도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은 금통위의 결정에 그 어느때보다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통위가 '빅스텝'을 결정해도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택할 경우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1.75%)의 기준금리는 같다.
이창용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물가가 더 뛰면 내달 빅스텝에 나설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물가 하나만 보고 빅스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빅스텝이 우리 경기·환율에 미치는 영향, 가계 이자부담비용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3주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나오는 새로운 정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연말 금리상단 전망(2.75~3.00%)에 대해서도 "미국 연준의 금리결정(자이언트 스텝) 및 예측치를 웃돈 유가 등의 해외 요인 변화로 금융시장이 굉장히 불안정하다"면서도 "현재는 FOMC 결정 이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물가가 5% 중반을 웃돌 것으로 먼저 예상해서 지금 (금리 전망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라고 전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서는 "내외금리차가 확대되는 경우 환율·자본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수준을 정해놓고 이를 방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다른 메이저 국가들과의 금리차는 어떤지, 그로 인해 환율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자본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면서 적절히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에 대해서는 "미국의 의사결정에 따라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며, 우리만의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개입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립금리 공개에 대해선 "불가피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 고려사항이 있겠으나,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이런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게 분명한 포워드 가이던스(기준금리 정책 방향을 미리 암시해주는 것)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물가 오름세를 볼 때 지난달보다 이달과 오는 7월에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은은 올해 연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를 넘어설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전망치(4.5%)를 한 달만에 수정한 것이다. 또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2008년(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당초 (물가가) 2~3분기 내 정점을 찍고 완만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미국 물가가 8.6%(5월)를 찍었고, 이는 글로벌 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졌다. 전반적인 컨센서스는 오는 3~4분기 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기대이지만, 먼저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