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및 물가 충격발(發) 금리인상 기조 탓에 소비·투자 감소 등의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만, 이런 고(高)물가 흐름을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2022년 하반기 미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논고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 공급망 제약 장기화 가능성,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과 이에 대응한 긴축기조 강화 등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우세하고, 전망도 불확실하다"면서 "특히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가 강화된 3월 이후로 경기 침체 발생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국 경기는 지난 1분기 중 역성장(-1.6%, 전기대비)하는 등 경기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개인소비와 산업생산이 꾸준한 오름세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순수출·재고투자가 부진했다. 특히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실시간 당분기 경제전망(nowcasting)' 추정치는 주택착공·허가 등 부진한 6월 경제지표 탓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내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미 국채 금리(10년물, 월말 기준)는 1월 1.78%에 불과했으나 지난달(27일)에는 3.20%까지 올라섰다.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상반기 중 20.6% 하락했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같은 기간 8.1%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및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하반기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상당폭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미국 경기 역시 하반기 중 둔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부문별로는 기업투자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정부지출이 하반기부터 소폭 증가하겠으나, 개인소비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고 주택투자도 감소 전환이 예상된다.
실제로 세계은행(WB)은 미국의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보다 1.2%p 내린 2.5%로 예상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1.2%p↓) △국제통화기금(IMF) 2.9%(0.8%↓) 등 대부분의 글로벌 주요 전망기관들은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하향 중이다.
한은은 "하반기 미국 경제는 지난 5월 이후 경제활동이 빠르게 주춤하면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전망"이라면서 "공급망 회복 지연,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공급 충격과 함께 통화긴축 기조 등이 성장률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역시 에너지·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과 공급망 제약 지속 등으로 재화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서비스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 중이다.
특히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지만, 하반기에도 높은 물가상승률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해 미국의 근원PCE 물가상승률을 4.3~4.7%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크게 위축됐던 고용 사정 역시 경제활동 재개로 회복 흐름을 지속 중이나, 경제활동 참가율(5월 62.3%)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2020년 2월 63.4%)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노동 수급에 여유가 없다.
낮은 경제활동참가율로 인해 실업률은 내년까지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공급이 원활하지 않음에 따라 전체 취업자수 규모는 상당 기간 팬데믹 이전의 추세(2010년~2019년)를 하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