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건전성 종합 점검"···빅테크와 공정경쟁 요청에 응답 예정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거액의 외환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된 것에 대해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5일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사한 거래(외환 이상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은행권 전체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직후 외환검사팀을 별도로 꾸려서 보내고, 이후에도 추가 증원을 해서 집중적으로 단기간에 검사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서울 한 지점에서 1년 동안 8000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외환 겨래가 이뤄진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한 바 있다. 이후 신한은행도 금감원에 외국환 이상 거래 현황을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에 대한 입장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그는 "은행권에서 자발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리 인상기임에도 불구,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목해서 보고 있다"면서 "다만 대출 인하가 적정한 지, 적정하지 않은 지에 대해서는 금감원 차원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 금리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금리상승기임에도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등의 대출 금리를 0.10~1.5%포인트(p) 내렸고 케이뱅크도 지난달 말부터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1%p 인하했다.
◇ "여전사, 복합위기 속 대출 리스크 관리 철저히 해야"
은행·보험 등 금융권 수장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여전사에 대출 리스크 관리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이용률이 높은 여전사의 가계대출 상황과 부동산 업종에 집중된 기업대출 상황을 감안해 잠재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
기준금리 인상기와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 후퇴) 위기가 겹친 '복합 위기'인 만큼, 여전사의 기업 대출을 비롯 유동성 상황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PF대출 사업성 평가 관련 질문에 대해 "여전업계의 경우 기업 여신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별, 부동산 종류 등에 따라 리스크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라 여전업 전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사업장별 리스크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여전사 기업대출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과거 10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여전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PF 등 부동산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했는데, 최근 부동산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관리 강화의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말 34.4% 수준을 나타내던 여전사의 부동산·건설업 대출비중은 2021년 말 기준으로 48.3%까지 높아졌다.
이 원장은 이날 기업대출 여신심사와 관리 방향도 제시했다. 대출취급시 담보물이 아닌 '채무상황능력'을 중점으로 보고 대출이 이뤄진 이후에는 차주의 신용위험 변화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 금감원은 기업대출 관련 점검이 마무리되면 '기업여신 심사 및 사화관리 모범규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금리상승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도 주문했다.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전체 대출에서 77.3%를 차지하고 있는데 금리가 상승할 경우 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리한 영업 확장은 자제하고 차주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 취급 관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이 원장은 현금서비스, 결제성 리볼빙 등 DSR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부터 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된 데다 이달부터 차주단위 DSR 적용 기준도 총대출 2억원에서 1억원 차주로 강화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들이 리볼빙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다만 이번 간담회 자리에서는 은행과는 달리 카드론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여전사 유동성 리스크 점검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 원장은 카드사의 유동성 경색 평가에 대한 질문에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인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 자금을 다 여전채 형태로 채권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라든가 단기 채권 시장 전체가 최근 금융시장 불안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어 그 부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고 금융위원회와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환경과 카드사들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복현 원장은 간담회에서도 유동성이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라며 여전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비상자금 조달계획도 다시 한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동성 확보 규모에 대해서는 유상증자와 자금지원 등 대주주 지원방안을 확보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여전사 규제 해소 지원"···빅테크 간담회 진행 가능성도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빅테크와의 규제 차이나 부수 경영 업무 확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이 원장은 "최근 결제나 중계관련 업종이 빅테크 진출로 인해 여러가지 시장 여건이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전업계에서 구체적인 요청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도 공정한 경쟁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 금융위 신임 내정자께도 이를 건의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의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에 대해서는 "간담회에서도 (빅테크의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 관련 이야기들이 나왔다"며 "규제 완화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관련해 금융위와 함께 여전업 개정TF를 추진 중인데 이 내용도 살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빅테크 간담회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은 여전업권도 그렇고 긴급한 리스크 차원에서 넓은 카테고리로 만나 뵙고 있는데 좀 더 작은 카테고리로 상황과 이해관계가 조금 다른 분들을 별도로 구분해 만날 계획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등 7개 카드사 CEO와 목진원 현대캐피탈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 등 7개 캐피탈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오는 8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