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역전 부담에 '빅스텝' 가능성↑
"美CPI 발표 전 경계 심리 부각될 것"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번 주(11~15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주말 고용지표가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선 경기침체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 불안 요인들이 여전한 가운데 6월 미 CPI가 5월 수치를 상회할 공산이 높아 글로벌 강(强)달러를 지지할 전망이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전거래일(1300.4원)보다 2.9원 낮은 129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뉴욕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갭다운한 레벨을 반영해 3.4원 내린 1297.0원으로 개장한 뒤 1297원대에서 좁은 등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소폭 가라앉혔다. 미 6월 비농업 고용지표는 예상 증가폭(26만5000명)을 크게 웃돌은 37만2000명을 기록했다. 개인 서비스업이 33만3000명으로 크게 늘고, 실업률은 4개월째 3.6%를 유지했다. 이에 시장의 금리인상에 따른 고용시장 타격 우려는 일소됐으며,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험로가 예상된다면서도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에 연준의 긴축 부담에 대한 경계 심리도 다시 부각됐으며, NDF 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미국 고용지표의 소식에도 상승하지 못하고 1295원대 수준까지 내렸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p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금리 역전' 부담 등을 우려한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외국인 단기 원화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스와프포인트도 외국인 자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강달러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우려는 일부 완화됐으나, 대외 주요 불안 요인들은 아직 해소되지 않아서다. 견조한 고용지표 흐름은 연준의 긴축 기조에 더욱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불안감 등 대외적 불안 요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국 6월 CPI를 앞두고 관망 흐름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점차 경기침체 우려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CPI 상승률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을 확인하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까지 지난달 CPI를 예측하는 바로는 지난 5월(전년동월대비 8.6%)를 뛰어 넘어 8.7~8.8%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근원물가(에너지·식품류 제외)는 다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다수의 정책위원들은 이달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연준이 '울트라스텝'(1.0%p 금리인상)에 나설 확률도 7.6%까지 올라섰다.
이에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주말중 레벨을 더욱 높였고, 한 때 107.13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0년 7월 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화 급락 역시 글로벌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재료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 한 주 2.2% 급락했고, 10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대비 1.0175달러까지 하락했다. 달러화를 1대 1로 교환하는 '패리티(등가)'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것이다.
만약 두 통화 간 균형이 맞춰진다면 1999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간 통화정책의 속도 차이가 여전해 독일 투자은행(IB)인 도이치방크는 미국 달러 가치보다 유로화 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인덱스를 결정하는 유로화 비중은 60%에 달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수준에서 고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주 장중 1310원도 돌파하며 심리적 지지대가 재차 무너졌다"면서 "CPI 발표를 앞둔 경계심이 지속되며 외환시장 내 환율 고점 테스트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오는 13일 미국 6월 소비자물가 발표가 예정돼 있고, 이 지표의 평가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6월 CPI 상승률이 전월기준·전년동월기준 모두 5월 수치를 상회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지속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일부 물가 관련 선행지표들이 7월 물가 상승률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6월 소비자물가 지표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그 어느때보다 달러화의 추가 강세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가치는 달러 초강세 현상과 함께 천연가스 재급등으로 대변되는 에너지 불안에 추가 하락했다. 또한 아베 일본 전 총리 사망과 중국 내 코로나 재유행 조짐 등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높일 재료도 많아졌다. 이에 국내 환율도 1300원 중심의 등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260~1320원
최근 2주간 달러인덱스 내 통화별 기여도를 보면 안전자산 선호에 강세를 보인 엔화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 통화는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 유로화 약세는 달러 강세에 80% 이상을 기여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는 연준 긴축 경계 속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여타 지역과 비교해 견조했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발(發)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 이에 따른 물가 급등은 연준의 긴축 기조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유로존의 대(對)중국 수출은 십년 전과 비교해 확대됐는데, 지난 2015년 이후 중국의 양적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대중국 무역에서도 독일 만이 흑자를 보고 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회원국 간 불균형 문제 및 국가별 회복 속도 차이를 고려한 펀더멘털 부진은 여전히 유로화의 반등을 제약해 글로벌 강달러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