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복합위기' 대응 과제
금융산업 혁신 뒷받침···금산분리 '수술대'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복합경제위기 속에서 김주현호(號) 금융위원회가 11일 본격 출범했다. 김 위원장이 후보자로 지명된지 34일 만의 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첫 금융위원장으로 기록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직권 임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안고 김 위원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한 것은 당면한 경제·금융위기 앞에서 금융당국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김 위원장 앞에는 경제·금융 난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물가·금리·환율이 치솟는 3고(高) 경제상황을 안정시켜야 한다. 소비자물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7개월 만에 6%대로 치솟았고, 글로벌 긴축 등의 여파로 시장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물가와 금리가 뛰면서 민생경제는 악화되고 있고, 고환율·원자잿값 상승 등 대외적 요인으로 기업경영 환경도 어러워지고 있다.
경제침체 경고등이 켜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금융과 금융위원회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면 첫 번째는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시장에 적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부실차주와 부실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실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대출은 올해 1분기 말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4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다중채무 취약차주 대출은 68조원에서 88조8000억원으로, 취약차주 수는 23만9000명에서 31만6000명으로 늘었다. 오는 9월 소상공인 대상 코로나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후 부실대출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취약차주 대규모 부실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고금리를 저금리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등의 지원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코로나대출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부실리스크가 금융업권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지원방안으로 금융사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당 조치들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환경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여신금융협회장 등 민간 금융업권에 몸담으면서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몸소 느꼈던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분리) 규제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재정·규제 중심이 아닌 시장·민간 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도 금융회사 경영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시장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이날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은 여러 가지 기술환경이나 산업구조가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금산분리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맞는지 한번 봐야 한다"며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