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LG이노텍, 대규모 투자금 일단은 '내부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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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금 활용···연말께 채권 시장 노크할 가능성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이달 LG이노텍이 1조4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투자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LG이노텍은 올해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금 마련 방안에 한층 더 이목이 쏠린다. 

앞서 올해 1월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등 광학솔루션에 1조56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집행 시기는 올해중이다. 상반기 이미 집행한 투자액을 제외하고 올해 투자가 이뤄질 나머지 금액 및 기판소재사업(FC-BGA) 투자액 4130억원 등을 포함한 수치가 이달 발표한 1조4000억원이다.

기판소재사업에 대해서는 2024년 4월말까지 순차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5000억원 가량의 신규투자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재계와 IB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현재 회사채, ESG 채권 발행 또는 차입 등 외부 조달에 의지하지 않고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체 조달 방식 가운데 운전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해 말에는 채권 발행을 포함, 외부 조달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의 유동자산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7920억원이다. 2017년 이후 5년 평균 현금성 자산은 6107억원이다. 2017년 말 기준 LG이노텍의 현금성 자산은 3695억원에 그쳤다.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3월에는 8902억원까지 늘었다가 소폭 줄어드는 모습이다.

아울러 LG이노텍의 이익잉여금은 2017년 말 7414억원에서 2021년 말 2조481억원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 3월말 기준으로는 2조2726억원까지 한층 더 늘었다. 이익잉여금이 증가하는 만큼 토지, 기계 장치 등의 유형자산은 2021년 3월 2조3315억원에서 3조2246억원으로 9000원 가까이 늘었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토지, 설비 등 유형자산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린 셈이다.

LG이노텍이 신규 투자액을 운전자금에서 조달하겠다는 것은 향후 신규 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과거 5년간 LG이노텍의 운전자금은 평균 1조1천억원이지만, 올해 3월말에는 1조7532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최근 1년새 운전자금 반영 항목 가운데 매출채권보다 매입채무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1년 3월말 기준 LG이노텍의 매출채권은 1조6150억원에서 1조7955원으로 1000억원가량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매입채무는 1조3409억원에서 1조7149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매입채무는 부품 등을 사면서 곧바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채 갖고 있는 채무다. 과거 5년 LG이노텍의 평균 매입채무는 9999억원이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3월에는 매입채무가 과거 평균 대비 70%나 급증한 셈이다. 매입채무를 늘림으로써 영업활동 현금흐름 개선을 추구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즉, 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앞으로도 대규모 추가 투자를 염두해 두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LG이노텍이 투자금의 자체 조달에 무게를 두면서도 연말께 외부 조달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었음에도 LG 그룹 계열사들은 채권 발행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월 4450억원 규모 ESG채권 발행을 확정했다. 최근 LG화학 역시 3억달러 규모 ESG 채권 발행을 성사시켰다. 2020년, 2021년 모두 LG그룹내 계열사가 연이어 총 3조원 이상 회사채 발행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규모면에서는 줄어들었지만, ESG 채권으로 방향을 틀며 냉각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도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1조22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공모채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LG디스플레이는 LCD 산업이 위축되면서 2019년을 마지막으로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에 이어 올해에도 악화된 시장 환경을 딛고 ESG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LG이노텍 역시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회사채(선순위)에 대해 'AA-' 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부여받았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 단가 인하 압력 등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1년 부여 받은 등급 그대로 유지됐다. 이를 기반으로 연말께 LG이노텍 역시 그룹 계열사들처럼 채권 발행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다만, LG그룹 관계자는 "채권 발행은 각 계열사들이 경영 상황을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그룹에서 별도로 관여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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