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오르면 2금융권 대출 공급 중단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초고금리' 대안 제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금리인상기 속 시장금리가 1%p 오를 때 대출자 97만명이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국책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의 제도권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26일 발표한 'KDI 포커스'에서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 보고서를 통해 "고(高)금리 대출을 취급하던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은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가계에 대한 대출 공급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면서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들이 대출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과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0%까지 뛰면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사상 초유의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2.25%까지 올렸다.
김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2금융권의 조달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된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오르면 최고금리 근접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던 가구들이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던 2금융권 기업들이 대출 공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토대로 보면 법정최고금리가 현행 20%에서 18%로 내려갈 시 65만9000명의 차주가 대출 불가 통보를 받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비 현재 조달금리가 약 2%p 오르면서 69만2000명의 대출자, 6조3000억원 규모의 2금융권 신용대출이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대출이 35조3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체 규모가 최대 이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향후 금리가 1%p 더 오를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차주 중 약 97만명이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난다고 전망했다. 이들이 보유한 신용대출 규모는 약 9조4000억원이며, 총대출 규모는 무려 49조6000억원에 달한다.
김 연구위원은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는 가구의 소비자 후생 증가폭과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는 가구의 소비자 후생 감소폭에 큰 차이가 있다"면서 "상환부담이 감소하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시장에서 배제되는 차주의 소비자 후생은 크게 감소한다. 따라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전체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안으로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를 제안했다. 그는 "조달금리의 상승폭만큼 법정 최고금리가 인상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하에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법정최고금리가 시장금리에 연동되지 않는다면 취약가구의 2금융권 대출시장 배제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며 "대환상품 한시적 공급 등의 정책으로 취약가구의 대출시장 배제 현상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부담의 상승이 취약가구에는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면서 "시장금리와 법정최고금리의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시장에서 차입할 수 있는 가구의 범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과도한 상환 부담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가구는 정책금융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