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142만3000원 집계···한국의 '28분의 1'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지난해 북한 경제가 전년 대비 0.1% 감소하며 2003년 수준으로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이어진 유엔(UN)의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19에 따른 강도 높은 국경 봉쇄까지 지속되면서 대외교역이 필요한 산업생산과 북한 산업구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공업·서비스업 부문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2021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31조4100억원으로 전년(2020년)보다 0.1% 감소했다. 실질 GDP 기준으로 보면 2003년(31조4000억원) 수준이며, 명목 GDP(35조8900억원) 기준으로는 2016년(36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북한의 GDP는 2011년부터 0~1%대의 성장을 지속해 오다 2015년 가뭄 등의 영향으로 감소로 전환했고, 2017년 이후엔 2019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관교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장은 "농림어업, 전기가스수도사업, 건설업이 증가했으나 광공업, 서비스업이 감소하면서 0.1%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UN의 대북 경제 제재와 국경봉쇄로 인해 광공업, 서비스업, 대외교역 부문 등이 큰 영향을 받고 있고 북한 경제의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북한 경제는 농림어업(6.2%↑), 전기가스수도사업(6.0%↑), 건설업(1.8%↑)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역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광업(-11.7%), 제조업(-3.3%) 등의 감소폭이 컸다. 광업은 석탄 등이 줄면서 감소폭이 전년 대비 커졌고 제조업은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이 모두 줄면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공업은 음식료품 및 담배가 줄었고 중화학공업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7억1000만달러로 전년(8억6000만달러)에 비해 17.3% 줄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8000만달러, 6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8.2%, 18.4% 감소했다. 특히 수입은 동·식물성유지(-86.5%), 조제식료품(-65.0%) 등을 중심으로 줄었다. 대외교역 규모는 재화의 수출과 수입의 합계 기준으로 남북간 반출입은 제외된 통계다.
지난해 북한의 산업구조에서 서비스업, 전기가스수도사업 비중은 전년에 비해 하락한 반면 농림어업, 광공업 및 건설업 비중은 상승했다. 농림어업과 광공업은 각각 23.8%, 28.3%로 1.4%포인트(p), 0.2%p 늘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4.8%로 0.9%p 하락했고, 서비스업도 32.9%로 0.9%p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3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고 1인당 GNI도 3.2% 증가한 142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와 비교한 국민총소득과 1인당 GNI는 각각 58분의 1, 28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질 GDP는 감소한 반면 명목 GNI는 증가한 이유에 대해 이관교 팀장은 "GDP 성장률은 가격요인이 제거된 실질로 통계를 내고 있고, GNI는 가격 요인이 반영된 명목으로 통계하고 있다"며 "GDP가 줄어도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올라가면 GNI는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