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137만9000원···한국의 3.7%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북한 경제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봉쇄령을 내리고, 수해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남북통신 연락선 복원에 나선 것도 경제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31조4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대기근으로 경제난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6.5%)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이다. 실질 GDP 규모는 지난 20003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GDP는 1836조881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북한 경제는 지난 2010년 -0.5% 성장을 기록한 뒤 2011년부터 4년동안 연간 1% 내외의 성장 흐름을 이어왔으나, 2015년(-1.1%)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2016년 3.9%로 올라섰으나 이후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0.4%를 기록하는 등 성장 흐름은 좋지 못했다.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장은 "북한의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4.5% 감소했는데, 이는 대기근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수준"이라면서 "지난 2016년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등의 여파로 북한 경제는 2017년부터 꺾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 도시간 이동 제한, 유(有)증상자 30일 격리, 평양진입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한 결과 대부분의 산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산업별로 보면 농림어업·광공업·서비스업 등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농림어업은 재배업·어업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7.6% 감소했으며, 광업은 금속광석·비금속광물 등이 줄어 전년보다 9.6% 줄었다. 제조업은 경공업·중화학공업이 모두 줄어 3.8% 감소했는데 1년 전(-1.1%)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경공업은 음식료품·담배 등을 중심으로 7.5% 줄어 지난 2019년(1.0%) 대비 감소 전환했다. 중화학공업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6% 감소했고, 전년(-2.3%) 대비 개선됐다.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5조원으로 우리나라의 56분의 1(1.8%) 수준이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37만9000원으로 우리나라의 27분의 1(3.7%) 수준이다.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8억6000만달러로 전년(32억5000만달러) 대비 73.4% 급감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67.9% 감소한 9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시계(-86.3%) △우모·조화·가발(-92.7%) 등에서 감소폭이 컸으며, 수입 역시 7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3.9%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태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UN의 고강도 대북 재제가 수년째 지속되고 코로나 대응을 위해 국경 봉쇄·이동 제한 조치로 제조업 감소가 확대되고 서비스업도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가장 좋지 못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