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국경제 낙관 혹은 비관
[홍승희 칼럼] 한국경제 낙관 혹은 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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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이란 언제나 낙관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낙관론이 우세할 때는 비관론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지만 전반적인 비관론이 우세할 때도 부분적으로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은 전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퍼져 있다. 문제는 불황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이냐는 것이고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금리인상이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만 내년에 월가의 희망대로 다시 금리인하로 반전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7월 중 미국은 빅 스탭을 넘어 자이언트 스탭이라 칭해지는 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9월 중엔 0.5%p 인상으로 갈지 혹은 또다시 자이언트 스탭으로 갈지를 두고도 의견이 나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경우 월가의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문제는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대체적 전망에 더해 이미 시작된 미국의 실업률 상승폭이 꺾이지 않을 경우 정치적 선택으로 금리인하가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리가 인상, 인하를 짧은 시간 내에 반복할 경우 오히려 장기침체를 더 심화시킬 위험성도 크다는 점이 우려를 더하게 한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이 시작됐다는 점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이 혁신국가여서 장기침체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들은 한미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더 악화되며 잃어버린 30년을 얘기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으레 저소득층, 저소득국가에서 먼저 시작되고 또 이들에게서 가장 늦게 끝난다.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을 떠오르게 만드는 이런 일이 이미 시작됐다. 국제적으로는 스리랑카의 국가부도가 첫 스타트를 끊었지만 국내에서도 빈곤계층에서 결식가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은의 국민 대차대조표 상에서 지난해 가계 부문 처분가능 소득은 50조원 미만으로 늘었으나 순자산 증가액은 2700조원에 달하며 그 중 부동산이 850조원 증가했다. 주택가격이 폭증했고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영끌세대까지 등장하며 소득에 비해 과도한 채무를 진 부동산 구입자들이 지금 사회적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중간가계 기준으로 소득의 52%를 원리금상환에 써야 할 정도로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부동산들이 금리인상으로 상환부담은 더 늘어나는데 거래는 뚝 끊기고 이제 가격폭락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자산가치 하락이 1500조~22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들려온다.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면서 부의 편재는 심화를 거듭하지만 장기불황의 경우 빈곤계층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는 이들이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에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닫는다.

불황의 악순환이 시작될 조짐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파악되고 있다. 환율은 널뛰기를 거듭하고 수출길은 좁아질 텐데 한국경제의 전망을 낙관할 근거를 찾기는 힘들어진다. 지금은 낙관적 전망이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기업이든 가계든 대출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이는 길임을 지난 세월 충분히 경험했다. 원유파동이든 환율파동이든 어떤 파고가 덮치든 그 때마다 부동산 거지라는 자조가 이어지고 수많은 개인 및 가계가 파탄 나곤 했다.

세계 곳곳에서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성장률은 거듭 하향조정되고 있다.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가계는 마땅히 부채를 줄여나가야 하지만 이미 해결능력을 상실한 가계가 상당수에 달한다.

이런 한계가계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것 같아 두렵다. 지금의 정부에 인도주의적 대책을 구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국가경제의 위험부담을 줄일 대책은 요구해야 할 텐데 요즘 분위기는 그런 일마저 마치 고양이목에 방울달기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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