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저축은행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SBI저축은행의 공동대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진구(58) 대표와 정진문(66) 대표는 각각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의 전문가로, 각자 대표 체제에서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총괄해 상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임 대표와 정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각자 대표 체제로 SBI저축은행을 이끌어왔다. 임 대표는 기업금융 부분을, 정 대표는 개인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공동대표 체제 아래 SBI저축은행은 질적·양적으로 모두 성장했다. 처음 임 대표가 부임하기 전 SBI저축은행은 2013~2014년 당시 22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임대표가 부임하면서 2015년 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정 대표가 부임한 2016년에는 7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889억원 △2018년 1310억원 △2019년 1882억원 △2020년 2583억원 △2021년 3495억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산 총액 역시 지난해 13조1501억원을 기록해 전년(11조2552억원) 대비 1조8949억원(16.8%)이 늘었다. 저축은행 중 자산 13조원 돌파는 SBI저축은행이 처음이다.
이같은 성과로 임 대표와 정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이사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했다. SBI저축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임진구‧정진문 각자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하면서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부터 함께 해 현재의 안정적인 성장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은 같은 금융 업권이라고 해도 엄연하게 다른 분야"라며 "공동 대표 체제를 통해 시스템·영업·리스크 관리 등에서의 상호 벤치마킹이 가능하고,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비우호적인 업황 속 SBI저축은행은 유일하게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 증가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상위 저축은행 업계를 보면 OK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5.6%가 감소한 267억원을 기록했고 △웰컴저축은행 270억원(-9%) △한국투자저축은행 172억원(-13%) △페퍼저축은행 101억원(-34%)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 실적이 저조한 데에는 저축은행 업계가 예대금리차 축소 및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구도가 심화된 탓이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가 통상 소매금융의 비중이 높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확대되는 가운데 SBI저축은행은 가계·기업대출 등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작년 SBI저축은행의 총 대출 잔액은 11조3330억원으로, 전년(9조4129억원) 대비 20.4% 늘었다. 사상 첫 1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대출금 중 가계자금대출은 6조1640억원(54.4%)을, 기업자금대출은 5조1678억원(45.6%)을 기록했다. 이로써 소매금융에 주력하는 타 저축은행보다 균형 잡힌 구조로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성과에 SBI저축은행은 단일 저축은행 최초로 나이스신용평가에서 기업신용평가 'A등급'을 획득했고, 한국신용평가에서도 'A' 신용등급과 '안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의 경우 기업·소매 금융의 자산이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뉘는데, 상대적으로 대외 악재가 한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적정한 포트폴리오 분배로 인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지방은행·인터넷은행 실적을 뛰어넘는 등 금융권 내에서도 저축은행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