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5600억 '팔자'···시총 상위 20종목 '뚝'
원·달러 환율 1350.4원···13년4개월 만 최고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29일 미국발(發) 악재에 크게 휘청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2%대 급락하며 최근 한 달 새 기록한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고,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치솟으며 1350원으로 올라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54.14p(2.18%) 내린 2426.89으로 나흘 만에 하락 마감했다. 전날보다 48.97p(1.97%) 하락한 2432.06에 출발한 지수는 장 내내 2%대 낙폭을 기록하며 한때 2417.01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기록한 종가는 지난달 27일(2415.53)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주체별로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5589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외국인도 463억원 매도 우위였다. 개인은 6002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비차익거래 모두 매도 우위로 총 1616억86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에 주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8.33p(3.03%) 급락한 3만2283.40으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41.46p(3.37%) 밀린 4057.66을 나타냈고, 나스닥 지수는 497.56p(3.94%) 추락한 1만2141.71로 거래를 마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 이후 미국 증시 급락 영향이 전해지면서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 동조화됐다"며 "이번 주 발표될 주요 경제 지표들이 양호하게 나온다면 연준의 추가 긴축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공하는 만큼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 운수창고(-3.67%)와 섬유의복(-3.48%), 서비스업(-3.03%), 건설업(-3.03%), 의료정밀(-2.95%), 유통업(-2.40%), 전기전자(-2.27%), 의약품(-2.11%), 보험(-2.08%), 운수장비(-2.04%), 제조업(-1.98%), 화학(-1.91%), 음식료업(-1.59%) 등 대다수가 떨어졌다. 비금속광물(1.50%)은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 종목이 우세했다. 대장주 삼성전자(-2.33%)가 사흘 만에 반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1.29%), SK하이닉스(-2.73%), 삼성바이오로직스(-2.13%), LG화학(-1.95%), 현대차(-2.58%), 삼성SDI(-1.71%), NAVER(-3.31%), 카카오(-5.00%), 기아(-1.77%) 등 시총 상위 20개 종목 모두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22곳)이 하락 종목(86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22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56p(2.81%) 내린 779.89로 마감했다. 전장보다 21.97p(2.74%) 하락한 780.48에 출발한 지수는 초반 낙폭을 3.38%까지 확대해 775.33까지 미끄러졌고, 장 내내 780선 안팎에서 등락했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달 18일(776.72)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9.10원 오른 달러당 1350.4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11.2원 오른 1342.5원에 개장한 환율은 오후 12시32분께 1350.8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1350원대를 밑돌다가, 막판 다시 1350원을 회복했다.
이날 환율은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였고, 종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28일(1356.80원) 이후 가장 높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등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있었지만, 환율 급등세를 방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