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상승세 지속'···"기업 시설자금 수요 여전"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지난해 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영향으로 한달 만에 다시 증가로 전환했고 기업대출은 시설자금 수요에 은행들의 취급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8조원 넘게 증가, 높은 수준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은 1060조8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통계 속보치 작성이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증감액이 가장 작은 수준이다.
가계대출은 7월 금리 상승 영향으로 4개월만에 감소 전환한 뒤 한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대출금리 상승, 정부의 대출규제에 영향을 받아 1조3000억원 감소한 반면 집단 및 전세자금 대출 취급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1조6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주담대 증가폭은 7월(2조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기업 대출은 1146조1000억원으로 한 달새 8조7000억원 확대됐다. 8월 기준으로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한은은 코로나19 금융지원과 시설자금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노력도 이어져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황영웅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촐괄팀 차장은 "7월에는 분기말 일시 상환분 재취급과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자금수요가 높은데 8월엔 이러한 계절적 증가요인이 사라지면서 8월 기준 기업대출 증가규모는 전월 대비 소폭 축소됐다"면서 "그러나 8월 기준으로 보면 올해 기업대출은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5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전달(6조8000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소기업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이 있었고 중소법인의 운전·시설자금 수요도 지속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2조9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폭(5조4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회사채 시장에 냉기가 지속되면서 자금수혈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사채 시장은 투자수요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적기관을 통한 회사채 발행이 숨통을 조금 틔어주면서 7월 1조5000억원 순상환에서 8월 30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8월 중 은행 수신은 수시입출식예금 감소에도 정기예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저축성예금으로 자금이동이 가속화되면서 15조3000억원 줄었지만 정기예금은 수신금리 상승 영향으로 가계·기업·지자체 등에서 자금이 유입되면서 21조2000억원 확대됐다.
한편 8월 국고채금리는 전월 대비 큰폭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가 재부각됐고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도에도 영향을 받아 국고채 3년물은 0.68%p, 국고채 10년물은 0.61%p 각각 상승했다. 코스피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기대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미 연준이 긴축 의지를 밝힌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며 큰 폭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