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우리만의 문제 아냐···위기 지속되지 않을 것"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안정상황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 수준에 임박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주의' 단계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위기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외화자금 조달 여력과 금융취약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22일 오전 '금융안정 상황(2022년 9월) 설명회'를 열고 주가, 채권, 환율, CDS프리미엄 등 금융시장 가격의 단기 변동성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가 올해 7월과 8월 각 18.8, 17.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17.9)과 유사한 수준이며 2020년 6월(20.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불안지수는 올해 3월 8.8을 기록한 이후 6개월째 주의 단계(8 이상 22 미만)에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 4월(24.6) 위기 단계에 들어선 바 있는데, 금융불안지수가 계속 상승한다면 코로나19 이후 또 한번의 위기 단계 진입도 가능한 셈이다.
한은은 금융불안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 강화 등에 영향을 받아 대내외 금융정책, 금융상황 등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 금리 상승이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에 부담이 되고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확대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한은은 시장 변동성에 빨간불이 켜지더라도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위기 단계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고 금융불안지수도 상승추세에 있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외환시장 움직임은 전셰계 공통적인 것으로 금융불안지수가 상승해 위기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위기 단계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외지급능력은 순대외채권 및 외환보유액 감소 등으로 다소 저하됐으나, 외환부문 복원력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불확실성에 따른 예비적 조달수요 등으로 은행부문을 중심으로 외채가 증가하긴 했지만, 외화LCR비율 등이 규제비율(70~8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화LCR비율은 7월 기준 125.0을 기록했다.
이 국장은 외화자금 조달 여력 관련 질문에 "환율 상승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거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당시 환율상승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였던 때와 다른 양상"이라며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가라는 것은 중앙은행 이외에도 민간이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전 금융위기 때와 같이 국내 기업들이 달러 조달을 할 수없거나 우리나라가 순대외부채국가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2·4분기 48.3으로 전분기(58.8) 대비 완화됐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신용축적, 자산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을 표준화해 산출한 지수로,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