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오름세 억제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그간 심화돼 온 금융불균형 완화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리가 1%p 상승할 때 가계대출 변동폭은 26조8000억원 축소되는 반면, 대출금리가 1% 하락할 경우에는 13조8000억원 확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 논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상 가계대출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가계대출 변동폭은 대출금리 하락시 확대되고, 상승시에는 축소된다. 하지만 금리 이외 다른 요인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한은은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실증분석을 실시했다.
먼저 금리민감도는 금리 하락기보다 상승기 중 더욱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리가 1%p 상승할 때 가계대출 변동폭은 26조8000억원 축소되는 반면, 대출금리가 1% 하락할 경우에는 13조8000억원 확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별차주별로 보면 소득수준과 부채비율(소득 대비 대출잔액 비율 기준)이 높은 차주일수록 금리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는 고소득·고부채비율·비취약차주의 경우 부동산 구입, 사업자금 등의 대출 비중이 높고, 생계유지 목적의 대출 비중이 낮은데서 기인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금융불균형이 빠르게 누증해왔는데, 금융불균형이 높은 수준에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수익추구 성향이 급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산가격 조정 압력이 높아지면서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도 높아진다. 높은 변동금리 대출 역시 금리가 올라갈 때 고정금리 대출과 비교해 채무상환부담이 빠르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78.4%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하는 효과가 과거에 비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 자산가격 상승(주택·주식 등)이 가계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는 확대됐다. 아울러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대출 증가폭을 제약하며, 금리 수준이 높을수록 동일한 금리 상승폭에 대한 가계대출 증가 억제 효과가 분명했다.
실제 코로나 전후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기울기)를 비교해보면 지난 2020년 이전 시기에 비해 최근 민감도는 가파르다. 정천수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 과장은 "코로나 이후 자산가격 상승률과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가 가계의 레버리지 투자를 증가시킨 점도 금리상승기에 가계대출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정천수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 과장은 "금리상승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금융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보다 뚜렷하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및 금융불균형 완화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그간 금융불균형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8월 한은은 코로나 충격 이후 초저금리 시대에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자 2년 9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에도 우리나라가 미국의 금리를 빠르게 좇을 수 없었던 이유 역시 금융불균형 누증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 증가였다.
그러나 이처럼 금리상승기 속 가계부채·금융불균형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내달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