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성능을 높이면서도 배터리 무게를 줄이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도 한정된 공간에 더 용량을 늘리는 기술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배터리 팩을 차량 섀시 바닥에 까는 것이 아니라 섀시 자체를 배터리로 만들어 용량과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와 가장 많은 합작회사(JV)를 세운 LG에너지솔루션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일 한국 이차전지 콘퍼런스(KABC) 2022'에서 니켈 비중이 60% 이상인 하이니켈 파우치형 배터리에 CTP(셀 투 팩, 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를 2025년부터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니켈 비중을 한계 수준으로 높인 상황에서 소재로는 성능을 개선하기 어려워지자 배터리의 구조를 바꿔 용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CTP 배터리는 낱개의 배터리를 하나로 묶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는 셀을 작은 단위인 모듈로 먼저 묶은 뒤, 다시 모아서 팩으로 만들고 전기차에 탑재한다. CTP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모듈 단위에서 사용됐던 부품들이 빠지면서 기존 제품보다 내부 공간이 늘어나고, 여기에 셀을 채워 넣어 용량을 더 높일 수 있다.
CTP 기술은 향후 CTC(셀 투 섀시, Cell to Chassis)로 이어지는 토대가 된다. CTP가 배터리 덩어리 하나를 차량 바닥에 까는 것이라면 CTC는 배터리가 차량 프레임의 일부가 되는 식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배터리를 채워 만든 차량 바닥 섀시(언더보디) 전·후면에 프론트보디와 리어보디를 결합하고 그 위에 시트를 부착한 CTC 기술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부품은 약 370개, 무게는 약 10%를 줄일 수 있다.
볼보도 배터리팩 상부 케이싱을 바닥으로 사용하는 CTC 솔루션을 공개하면서 2025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의 사업 영역은 차량 섀시 분야까지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완성차 업체들도 CTC 기술이 보편화되면 배터리가 중요한 부품이 되기 때문에 설계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야 한다.
셀만 공급해온 업체들은 사라지고, 배터리 설계·생산 기술을 가진 업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주요 배터리 업체들과 JV를 설립해 배터리 공동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스텔란티스, 혼다 등 가장 많은 완성차 업체와 북미 지역에 JV를 설립했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 르노, 현대, BMW 등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TC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이며, 전고체 배터리 도입, 충전시 교체 모드 전환 등 다양한 요인이 개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배터리가 핵심이기 때문에 배터리 회사가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강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통합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배터리 회사와 완성차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