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투자업계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혹한기를 겪고 있다.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벤처투자심리 악화는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3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조375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벤처투자 호황세를 보이던 상반기와 달리 3분기 투자는 전년 동기(2조913억원) 대비 40.1% 감소한 1조2525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중기부는 평균 6조원대(2017~2021년)였던 벤처펀드를 오는 2026년까지 8조원으로 확대 조성한다. 또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인 출자자의 법인세액 공제와 개인 출자자의 소득공제, 모펀드 운용사의 펀드 자산관리,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개인 출자자·운용사의 창업·벤처기업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등 세제 인센티브 지원을 추진한다.
정부 방안이 발표되자 벤처캐피탈 업계는 성명서를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책으로 제시된 내용 대부분이 기존 벤처투자조합 혜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가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해당 세제혜택에 매력을 느낄 만한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벤처투자 시장이 어려운 만큼 정부의 자금 투입은 긍정적이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출자할 기업이 얼마나 있을 진 모르겠다"며 "민간 벤처모펀드의 세제혜택의 경우 기존 벤처펀드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벤처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선 좀 더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태펀드 운용 기관 한국벤처투자가 벤처캐피탈 종사자 6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7.8%가 내년 벤처투자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벤처투자시장은 발전가능성이 높으나 아직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들의 생사기로와도 연결된다. 향후 유니콘 기업으로 발전하거나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같은 기업들의 성장은 곧 국가 경쟁력과도 연계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전도유망한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힘써야 한다.
정부 역시 이번 대책을 실행하는데,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된다. 이번 대책이 꽁꽁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게 분명해서다. 그러나 지금처럼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로 인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인 만큼, 소통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해야만 한다.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힘을 보탠다면 기꺼이 혹한기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