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에 갇힌 '대환대출 플랫폼'
[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에 갇힌 '대환대출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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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 5월 중 운영 개시를 목표로, 대출이동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발표)

금융소비자가 은행, 보험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내년 5월 공식 출범을 앞뒀다. 그동안 수차례 논의 과정에서 은행권 등의 반발 탓에 번번이 무산됐으나, 구체적인 출범 시기가 공식화된 것이다.

좌초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의 갈등이 해소된 것일까. 갈등 봉합은커녕, 사실상 백지화됐던 대환대출 플랫폼의 불씨를 억지로 살린 것은 이번에도 금융 당국과 정치권이다.

여야가 함께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논의에 불씨가 붙은 모양새다. 금융 당국은 대환대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듯, 이해관계자의 세부적인 의견 조율에 앞서 출범 시기를 아예 못 박아버렸다.

급격한 금리상승 속 '대출이자 줄이기'에 올인하는 당국과 정치권이 강하게 밀어붙일 정도로 대환대출 플랫폼의 장점은 간단하면서도 뚜렷한 편이다.

상품 비교가 '가입자 몰이'를 위한 금융사 간 경쟁을 유도, 전반적인 대출금리 하락이 가능해서다. 금융기관 방문 없이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옮길 수 있도록 온라인 길을 터주면 소비자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럼에도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싼 은행과 핀테크의 동상이몽은 여전하다. 은행권은 중개 수수료를 비롯한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 시스템 자체가 이익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껄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타 은행과 대출금리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핀테크에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면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란 게 은행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러잖아도 빅테크 공세에 위기감이 커진 기존 금융사의 '밥그릇 지키기' 행태도 짙게 깔려 있는 눈치다.

출범 시기가 정해져 있긴 해도 또다시 이들의 타협점 찾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문제는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가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사이 가계 빚 시한폭탄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어 8%에 육박한 가운데, 금리 경쟁을 자연스럽게 벌일 수 있는 판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소비자의 금융 생활이 플랫폼 위주로 돌아가는 만큼 대환대출 플랫폼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각자의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기 전에 소비자를 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시점이다.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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