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200만배럴 감산 방침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져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노력 등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게 됐다.
OPEC+는 4일(현지시간) 정례 장관급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지난회의에서 합의한 감산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OPEC+는 "향후 원유 시장을 관찰하면서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OPEC+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185만배럴 수준이다. 지난 11월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감산폭인 20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견제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그간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를 수출하면서 전쟁비용을 마련해왔다. 일부에서는 약 9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5일부터 러시아의 원유 90% 수입금지와 함께 가격 상한액을 배럴당 60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벌어들일 수입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러시아 산 원유의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의 수급 불안정으로 국제유가는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OPEC+의 200만배럴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는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오름세를 보였다.
러시아는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로 석유를 실어나를 '그림자 선단'을 100척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러시아 석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효과는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각국의 물가 안정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지나치게 높아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해만 한 번에 0.75%p씩 네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3.75~4.00%까지 끌어올렸다. 뒤이어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 랠리에 나섰고, 가파른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나타났다.
덕분에 국제유가는 하락 안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원유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는 등 경제 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유가도 다시 들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OPEC+의 차기 정례회의는 2023년 6월경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