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차 22년 만에 최대···한은 '셈법'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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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50bp 금리 인상···한미간 금리차 125bp로 확대
연준, 최종금리 5.25%로 상향···양국 금리차 더 커질수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밟은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연준은 내년 정책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최종금리 수준(중간값 기준)을 4.6%에서 5.1%로 상향 조정했다. 연준이 점도표에 나온 것처럼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한은 역시 기존 최종금리 전망(3.5%)을 뒤엎고 인상 보폭을 넓힐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4%에서 4.25~4.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빅스텝 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연준은 지난 6월 이후 4차례 FOMC에서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초강수를 단행했지만, 이달 들어 금리인상 속도를 둔화시켰다. 이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1%로 크게 둔화되며,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긴축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좁혀진 금리 인상폭과 다르게 연준의 태도는 극히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다.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에 이르지 못했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발언했다.

최종금리 수준도 높아졌다.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전망을 취합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중간값 기준 5.1%(5~5.25%)로 기존 전망치(4.6%) 대비 0.5%포인트 상향됐다. 이는 내년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이상 오를 것임을 나타낸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이제는 금리 인상속도보다 최종금리 수준과 긴축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를 근거로 연준의 금리인하 전환시점이 당겨질 것이란 시장 기대감은 무너졌다.

FOMC에서 나타난 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은 깊어졌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양국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통상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한미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게 된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물가 상승이나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실제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연준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밟으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당한 적이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향후 고강도 긴축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고, 양국간 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 결과 다음날인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초유의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 이후 수입물가가 급증하며 사상 최초로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그간 의도적으로 양국간 금리격차를 1%포인트 내외로 유지해왔다.

문제는 이번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상향조정되면서 그 차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11월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 최종금리를 3.5% 수준으로 본 위원이 3명, 3.25%는 1명,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위원이 2명 있었다"며 이른바 한국식 '점도표'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전망대로면 우리나라의 최종금리는 3.5%, 미국은 5~5.25%로 상단기준 1.75%포인트라는 격차가 발생한다. 이 경우 현재 1200원 후반대에서 안정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고, 외국인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대두될 수 있다. 이에 한은 금통위 역시 최종금리 수준을 기존 전망치(3.5%)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연준 정책금리의 최종금리 수준 및 지속기간에 대한 기대변화, 주요국 환율의 움직임 등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공수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5%로 대폭 하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률도 상승하는 등 경기침체 징후들이 부각된 상황에서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지만, 부정적 경제전망과의 괴리로 시장에 강한 영향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연준은 긴축 속도조절에 들어가며 기존 물가 일변도였던 스탠스를 경기 쪽으로 이동시켰다. 내년 경기침체 징후가 가시화될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 연구원은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점도표 상향에도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은 기존 전망대로 4.75~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 금통위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기존 전망대로 내년 초 0.25%포인트 인상 후 3.5%선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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