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생 '영업통' 이호성···"영업 중심 조직 변화 기대"
조달비용 등 위기감 고조된 카드업권 "생존이 먼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 업권에 CEO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카드사 수장들이 교체됐기 때문인데, 자금 조달비용 상승 등 내년도 녹록지 않은 업권 상황을 대비한 인사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신한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문동권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54)을 추천했다.
문 내정자는 1968년생으로, 임영진 현 사장보다 8살이나 젊다. 사장 선임시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55)을 제치고 카드사 최연소 수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를 두고 세대교체를 염두한 인사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문 내정자는 정통파 '카드맨'이다. 1996년 LG할부금융에 입사해 신한카드 전략기획팀 부장을 거쳐 영남BU 본부장, 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영기획그룹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특히 문 내정자는 2009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최초의 내부 출신 CEO다. 신한카드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를 환영하는 분위기라, 인사 후폭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해당 인사에 대해 "문 부사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사업계획 수립과 운영, 효율적 자원배분 등 안정적 경영관리를 바탕으로 신한카드의 탄탄한 성과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13일 그룹 임추위를 통해 차기 하나카드 사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은행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58)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권길주 현 사장보다 4살이 젊다. 이 역시 세대교체를 고려한 결정으로 읽힌다.
문 내정자가 '기획통'이라면, 이 내정자는 자타공인 '영업통'이다. 그는 1992년 하나은행의 무역센터점과 삼성센터점 지점장을 거쳐, 대기업영업본부장, 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현장경험을 지닌 인물이다.
이런 점은 권길주 현 사장과 대비된다. 권 사장은 그룹소비자권익보호최고책임자, 지주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쳤으며, 하나은행 ICT그룹장 겸 업무프로세스혁신본부장과 이노베이션&ICT그룹장(부행장)을 역임한 디지털 전문가다. 원큐페이로 그룹 차원의 간편결제와 통합멤버십 플랫폼을 통합·개편하는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는 디지털 전문가인 권 사장 대신 영업통인 이 내정자를 수장으로 선임,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나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6.78% 감소한 1656억원을 기록, 실적 방어에 실패한 바 있다. 특히 내년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전망되는 상황 속에서 변화를 통한 영업력 확대가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나금융 임추위는 해당 인사에 대해 "영업 중심의 조직 문화 변화에 기여해 하나카드가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주력 회사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권에서는 이번 신한·하나카드의 인사를 두고 세대교체보단 생존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 풀이하고 있다. 당초 업권에서는 조달비용 폭증 등 업황이 부정적인 만큼, 연임을 통해 변화보단 조직안정을 우선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이 올해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조달금리가 6%를 돌파하면서, 카드사의 신규 발행채권 금리와 만기도래채권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차입 부채 잔액은 97조원이다. 이 중 37%가 내년 말까지, 63%가 2024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한다. 향후 몇 년간 카드사가 감내해야 할 이자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수수료율 추가 인하 가능성, 빅테크와의 경쟁 등 내년 카드업권에 비우호적 요소들이 즐비하다. 결국 이번 인사는 그룹 차원에서 변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없인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도 연임을 통해 조직 안정을 꾀한 바 있다. 실적발표 시점만 해도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러나 자금경색 이슈가 반영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업계 내부에선 벌써부터 '생존'을 걱정하는 분위기며, 이런 것들이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