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위원회 소관 정책금융기관이 내년 총 205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 공급 규모는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11조원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신성장 4.0 전략 및 부처별 산업정책을 반영해 정책금융이 지원할 5대 전략과제를 선정한 후 해당분야에만 총 81조원을 집중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소관 정책금융기관 및 관계부처와 '2023년도 정책금융 자금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이같은 내용의 내년도 자금공급 방향을 26일 발표했다.
자금공급 규모는 총 205조원으로, 이 중 5대 중점 전략과제에 81조원을 투입한다. 또 이 가운데 22조원을 각 부처가 제안한 핵심 정책과제에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5대 중점 전략과제는 △글로벌 초격차산업 육성(15조6000억원) △미래유망산업 지원(13조1000원) △산업구조고도화(17조3000억원) △유니콘 육성(9조원) △경영애로해소(26조4000억원) 등이다.
세부적으로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 초강대국 지위 달성 지원에 15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소부장 및 시스템반도체 분야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집중 지원하는 한편,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 유지를 위해 설비투자 및 기술고도화를 지원한다. 이차전지 분야 차세대 배터리 연구와 핵심소재 국산화에 자금공급을 확대한다. 미래차산업, 차세대 원전기술, 해외 원전수주 등도 지원 분야로 꼽혔다.
아울러 저탄소·디지털 대전환에 따라 향후 부가가치가 증대될 유망신산업에 13조1000억원을 공급한다. 바이오헬스, 반도체 나노소재, 수소분야 등을 주력산업으로 키워나가는 한편, K-미디어·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산업의 대형화 및 시장 확충을 지원한다. 또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등 해양신산업과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건설 등도 지원한다.
조선, 철강, 정유, 섬유 등 전통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고도화에 총 17조3000억원을 공급한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도록 이들 사업의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추진한다.
성장잠재력 높은 벤처·중소기업 등의 글로벌기업 도약 지원에는 총 9조원을 투입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육성할 수 있도록 '창업-성장-대형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특히, 내년 총 1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혁신성장펀드 내 성장지원계정을 활용해 대규모 투자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현상 등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기업경영애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총 26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5대 전략과제 지원 규모 중 22조원은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통해 각 정부부처가 제안한 핵심사업에 공급하고, 일반적인 자금공급보다 금리·보증료 등을 우대해 지원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출시하는 전략분야 우대대출상품을 5대 과제에 집중 공급한다. △설비투자 붐업대출(산업은행) △혁신성장비전 대출(기업은행) △신성장동력보증(신보)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정부재정 또는 민간 산업계가 조성한 재원을 바탕으로 희망 분야에 정책금융을 매칭해 맞춤형 우대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정책금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신산업 육성, 시장실패 보완, 위기시 시장안정 등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지만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전략과제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정부는 각 부처와 정책금융기관 간 상설협의체인 정책금융지원협의체를 새롭게 출범하고 여러 차례의 실무논의를 거쳐 각 부처가 추진하는 핵심산업정책들을 반영한 정책금융 자금공급 방향을 수립했다"며 "정책금융이 국가산업전략을 뒷받침하고 정부부처와 정책금융기관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관계자들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