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 아니다"···전문가들 "위험 시그널···선제 대응해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쌓여 '위험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공포가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하지만 정부는 당장 위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경기 악화까지 지속되며 부동산 시장 경착륙 경고음이 울리는 데도 정부가 상황을 낙관해 적기 대응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107호로 전월보다 17.4%(1만80호) 증가했다. 이는 2013년 8월(6만8119호)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못한 이른바 '악성 미분양'도 7518가구로 전월보다 5.7% 늘었다.
미분양 주택 수는 1년 전만해도 1만7710호에 불과했지만, 1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두 달 연속 1만 가구씩 증가하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호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1월 분양한 4개 단지 모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4개 단지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0.3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2.6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했다.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청약미달 세대 수를 공급 세대 수로 나눈 수치)은 지난해 11월 28.6%에서 12월 54.7%, 올해 1월 73.8%로 3개월 연속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미분양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업계는 앞으로의 분양시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지방에서만 8만호 이상의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어 미분양 위험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현재 거래 절벽을 야기한 고금리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만큼 시장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글로벌 금리 인상 충격을 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하며 1~2회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이르면 상반기까지 연 3.50%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향 추세임에도 금리 상단이 6%대를 웃돌아 수요자들의 자금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경착륙 시그널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반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택시장에 위기가 온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느긋한 정부와 달리 업계와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며 적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30일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미분양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미분양 16만호 수준과 비교하면 당장 숫자로는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와 경기 악화, 재고 주택 수준, 공급 예정 물량 등을 보면 미분양 리스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미분양은 건설사 유동성 문제에서 더 나아가 줄도산 위험은 물론, 수분양자 피해, 정부 자금 투입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적기 대응을 놓친다면 경착륙 위험 시그널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패키지 지원은 물론, 민간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간 펀드를 활용하거나 자금 조달 요건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패키지 정책을 통한 대응이 요구된다"면서 "여기에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민간 건설사들도 자구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