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발표 직후 변동성 확대 우려, 환율 1230~1300원 예상
변수는 日·中···미중 갈등과 차기 BOJ 총재 리스크는 유효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1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CPI 반등 가능성에 기반한 긴축 경계감이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주에 이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낙관론은 환율의 추세적 하락 가능성을 지지한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13~17일)은 CPI 발표 직후 변동폭을 넓히며 1300원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2.7원 오른 달러당 1267.9원에 개장했다. 이후 1270원을 돌파, 10시 23분경 1273.4원까지 상승했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주요 이벤트는 미국 1월 CPI 발표다. 오는 14일(현지시간) 1월 CPI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시장은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월 상승률(6.5%) 대비 0.3%포인트 축소된 수준이지만,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 C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7.7%로 크게 둔화된 이래 11월 7.1%, 12월 6.5%로 급격한 둔화세를 보였다. 그러나 1월 취업자수가 전월 대비 51만7000명이나 증가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결과, 1월 들어 물가 둔화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진 것이다.
실제 12월 CPI 전월 대비 상승률은 계절조정을 거치며 기존 -0.1%에서 0.1%로 상향조정됐다. 또한 지난 10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의 하위 항목 중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2%로 전월(3.9%) 대비 0.3%포인트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강화됐다.
연준위원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들도 이어졌다. 지난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몇 년간 충분히 제약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으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높으며, 따라서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연준의 최종금리가 4.75~5%에 그칠 것이란 시장 전망은 무너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참여자의 72.6%가 5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5~5.25%포인트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37.5%는 6월 5.25~5.5%까지 추가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지난주 말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4.517%로 전장 대비 0.78% 증가했다. 지난 10일 102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현재 103.55선까지 올라온 상태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 한주간 35.8원이나 뛰는 상승세를 시현했다.
다만 시장 내에선 이 같은 상승세가 제한적이라 평가한다. 임금-물가상승 악순환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아직은 불분명한데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관측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CPI 상승률에 대한 시장 전망은 전월 대비 0.4%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년 대비로는 낮아지겠지만 이는 기저효과가 대부분이다. '재가속'이라는 키워드에 시장 참여자들이 몸을 웅크릴 재료가 될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 통계 산정 방식의 변경은 추세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작용될 소지가 높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예상 경로를 고려할 때 시장 금리의 상승은 크지도, 오래가지도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물가의 고점을 논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 됐고, 고용도 일부를 제외하면 피크아웃이 진행 중"이라며 "당분간 조정 성격의 금리 상승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국 상황 역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4일 일본은행(BOJ)의 차기 총리에 우에다 가즈오 전 BOJ 심의위원을 선임할 전망이다. 직후 시장은 BOJ 정책 전환 가능에 주목했고, 엔화는 지난 10일 달러당 129엔선까지 절상했다. 그러나 우에다 전 위원의 금융완화 옹호 발언이 이어지며 엔화는 다시 131.7엔선을 회복했다.
위안화 역시 지난주 달러당 6.78위안에서 현재 6.8위안선까지 절하됐다. 이는 정찰풍선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과 1월 제조업 PMI지수가 전월과 유사한 49.2에 그치는 등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주 환율은 CPI 결과와 주요국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CPI 결과가 시장 전망을 크게 벗어나거나,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환율 상승폭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300원까지 놓고 있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 1240~1300원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주중 연이어 나오는 미국 경제 지표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14일 나오는 미국 CPI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소 논란이 있는 1월 미국 고용지표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에서 보이듯,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 및 유지 기간에 대해서 낙관적 기대치가 형성됐다.
예상치 대비 물가가 높게 나올 경우 다시 한번 금리 급등 및 달러 강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 있지만, 작년 대비 수급 구조 변화로 인해 1300원대는 강한 저항선 형성이 예상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 1265~1280원
지난주 원달러 환율의 강세 원인은 고용과 물가 연관관계에 있다. 특히 미 CPI 결과가 예상보다 낮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주 상승분이 반영된 만큼 이번주 변동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CPI 결과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이탈할 경우 변동폭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해외언론들은 CPI 전월 대비 상승률이 0.5%에 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230~1300원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상황에서 물가 불안이 재차 확인될 경우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은 물론 주식시장 조정 여파 등으로 달러화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1월 CPI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달러화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여부도 미국 1월 CPI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CPI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시 환율은 단기적으로 1300원선에 육박할 수 있다.
이밖에 14일 예정된 차기 BOJ 총재 인사안에서 우에다 교수가 선임될 경우,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 기대감이 강화되면서 엔화 가치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기대보다 미흡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될 지도 주목할 이벤트다. 위안화 가치가 좀더 상승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경제 정상화 속도가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